[독자투고]응급처치 교육이 필요하다
[독자투고]응급처치 교육이 필요하다
  • 편집국
  • 승인 2007.05.1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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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에 내일이면 주말이라 붕 뜬 마음에 수업은 뒷전인 데다가 도서실 의자는 왜 이리 딱딱하게 느껴지는지. 무료함을 달래다 중앙도서관 제1열람실 구석진 자리 칸막이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리 많지 않은 학생들. 나른한 햇살은 점심 먹은 뒤 밀려오는 춘곤증으로 눈꺼풀을 괴롭혔다.
이 때, 도서관 입구에서 웅성대는 소리 사이로 “거기 119죠? 여기 영대 중앙도서관인데요. 사람이 쓰러졌어요!” 다급한 여자 음성이 들리고 순간적으로 발길이 옮겨졌다. 경련을 일으킨 한 남자가 사지를 떨고 있었다. 열람실은 순식간에 모여든 구경꾼들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고 119에 신속히 전화한 여학우와 남학우 몇 명이 쓰러진 사람을 돌보고 있었다. 나 역시 나서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아무런 지식도 없이 섣불리 나섰다가 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거란 걱정 속에서 그냥 지켜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에 빨리 119구조대가 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19는 왜 그리도 안 오는지. 게다가 쓰러진 남자는 더 심한 경련을 일으켰다. 그 모습에 돌보던 남학우들도 당황했는지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웃긴 것은 주위에 학우들이 ‘이렇게 해라! 또는 저렇게 해라!’는 말을 한 것이다. 과연 그 말이 그 상황에서 적절한 것인지, 쓰러진 사람에게 취해야 할 행동인지. 그런 말을 던지는 것 보다는 쓰러진 학우를 돌보던 그 학우들처럼 손발이라도 한 번 더 주물러 주는 것이 더 옳은 일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물론 나도 이런 말 할 자격은 없다.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사람처럼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나 뿐만 아니라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학우들의 마음도 그러했으리라. 함부로 나서지 못한 답답한 마음. 정규교육과정을 10년 이상 받으면서도 이러한 상황에 취해야 할 기본지식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다행히 그 학우는 응급구조원의 도착과 함께 의식을 조금씩 차려가는 것 같았다. 그제야 주위에 있던 학우들은 모두 자리로 돌아가고 환자 옆에 있던 한 학우는 마지막까지 응급구조대원을 도왔다.
나른한 금요일 오후 도서관 분위기를 때 아닌 사건으로 잠시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이 일에서 신고를 하고 환자를 돌보는 등의 침착한 행동을 보인 학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이 다시는 없어야 하겠다 생각하며 또 일어날 경우를 대비하여 학우에게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요청해 본다. 더 나아가서 학교 자체적으로 응급환자 발생 시 대응책에 관한 응급처치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단지 이번 사건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활용도나 봉사적 차원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영남대의 위상과 자부심을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황재혁(정치외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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