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난춘(難春)’, 그다음 ‘난춘(暖春)’
[영봉] ‘난춘(難春)’, 그다음 ‘난춘(暖春)’
  • 곽려원 편집국장
  • 승인 2024.03.25 1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 어느 정도 추위가 가시고 캠퍼스에도 따뜻한 봄이 찾아오는 듯하다. 천마로를 거니는 학생들의 옷차림이 점차 가벼워지고 있고, 그 색채 역시 밝고 부드러우며 따뜻하다. 2024년 캠퍼스의 봄은, 그야말로 ‘난춘(暖春)’이다.

 바로 어제까지 ‘영대신문 61기 수습기자’ 모집 기간이었다. 수습기자 지원서를 하나하나 읽으며 싱그러움과 새내기 시절 추억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나도 이제 겨우 만 나이로 스무 살인데. 각자의 지원서에서 묻어 나오는 열정과 패기는 올해로 대학교 3학년이자, 영대신문 편집국장인 필자에게 새로운 감정을 가져다주었다.

 필자가 처음 대학 생활을 시작했을 즈음에는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대학에서 하는 경험은 모든 것이 즐거웠다. 학과에서 처음 사귄 친구들과 벚꽃이 만개한 러브 로드를 걸으며 ‘우리 동성끼리 러브 로드를 완주했으니 남자친구 사귀기는 글렀다’는 학교 미신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무채색 옷을 주로 입는 지금과는 달리 분홍색 계열의 옷을 참 자주 입었던 것 같은데, 구내 서점에 가 전공 책을 샀을 땐 진정한 대학생이 된 것 같아 괜히 설렜는데.

 또한 대학 생활을 하며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많았다. 나도 CC(캠퍼스 커플)를 한 번쯤 해봐야지, 학교에서 다양한 사람과 친해져야지, 학점 4점대를 넘겨봐야지... 이 중에는 달성한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목표도 있지만 이루지 못한 목표를 떠올려도 전혀 적적하지 않다. 오히려 새내기 때의 추억이 몽글몽글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진다.

 하지만 3학년이 된 지금, 부끄럽지만 1학년 때의 산뜻함과 싱그러움이 아닌 ‘걱정’과 ‘불안감’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 같다. 점점 더 깊이감이 더해지는 전공 수업 내용, ‘고학년’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막연한 걱정들,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진로와 취업 고민, 영대신문 편집국장이 되며 가중된 책임감... 이들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기에 더더욱 무겁게 느껴져 필자를 위축시켰다.

 따뜻한 선배가 되어야지 다짐했건만, 한 번씩 내가 한 잔소리가 너무 과하진 않았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새 학기를 맞이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작년보다 더 나은 나 자신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또한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올해의 영대신문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혼자 여러 번 고민하고, 다짐했으나 다른 일만으로도 바쁘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다음을 기약하게 되곤 했다. 그렇게 3학년인 필자에게 산뜻함과 싱그러움은 과분한 것이라고, 사치라고 생각했다. ‘난춘(暖春)’이 아닌 ‘난춘(難春)’이 자리할 시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다 이 글을 쓰는 바로 지금, 깨달았다. 내 인생의 ‘난춘(暖春)’은 적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지구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저마다의 적기가 있지만, 때론 이를 거스르고 어느 날 따뜻한 날씨가 찾아오기도 한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인생의 ‘난춘(暖春)’도 마찬가지다. 이에 필자는 언젠가 또다시 찾아올 ‘난춘(暖春)’을 맞이할 준비를 마쳐야겠다. 그리고 새내기 그때 그 시절처럼 이벤트와 같이 찾아오는 이것을 온몸으로 느껴보고자 한다. 이제 지구에는 봄이 지나고 머지않아 여름이 올 테지만, 필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다. 필자에게는 다음 ‘난춘(暖春)’이 찾아올 테니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