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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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
  • 승인 2007.03.2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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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한국가곡 바로 알기
가곡은 피아노 반주가 포함된 성악곡으로서, 한국에서는 1920년경 홍난파 작곡의 “울밑에선 봉선화”라는 작품을 출발점으로 많은 가곡들이 작곡되어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확실한 작품의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한 음악 이론가의 계산을 빌리면 적어도 오천 곡 이상이 작곡되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가곡들을 꼽는다면, 홍난파의 “울밑에선 봉선화”와 “장안사”, 현제명의 “희망의 나라로”, 나운영의 “달밤”, 김순애의 “그대있음에”, 김동진의 “가고파”와 “목련화”, 김성태의 “산유화”와 “동심초”, 조두남의 “선구자”, 이흥렬의 “꽃구름 속에”,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 장일남의 “비목” 등을 들 수 있다.
다른 장르에 비해 가곡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실질적인 내용이 담긴 노랫말을 중심으로 음악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이해하기가 쉽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가곡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예전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젊은 세대가 클래식보다는 대중음악을 더 사랑하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국의 얼룩진 역사를 들추어내기 시작하면서 가곡사랑 역시 약간 주춤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가곡의 첫 출발이었던 홍난파의 경우 그가 친일 명단에 오른 후 <난파음악제>가 없어지는 등, 그 여파가 아직도 심각하다. ‘친일’ 하면 그 시대의 작곡가였던 현제명과 김성태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니까 말이다. 과거 정치인들이 가장 즐겨 불렀던 조두남의 "선구자"도 만주벌판을 달리던 독립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최근의 음악프로그램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한국전쟁을 중심으로 많은 음악인들이 월남하고 월북했다. 월북 작가들의 작품들은 한동안 연주가 금지되었으므로 월북 시인들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들은 작사자를 바꾸는 편법을 써서 연주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박태준의 “아 가을인가”는 월북 시인 윤복진의 시였으므로 연주가 금지되었지만, 나운영의 “아 가을인가”는 시인의 이름을 김수경으로 잘못 표기하는 바람에 같은 시임에도 지금까지 애창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흥렬 시 이흥렬 작곡의 “바위고개”의 경우, 최근 시인의 유족들이 이흥렬 씨의 유족들에게 그 동안 받아왔던 시의 저작권료를 돌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80년대 후반 한국정부는 월북 작곡가인 안기영, 김순남, 이건우등의 작품들을 해금했으며, 그 이후 그들의 작품들은 자유롭게 연주되고 CD로도 제작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직도 친일 혹은 친북이라는 이유로 과거의 작곡가들이 남긴 순수한 작품들을 사상의 잣대로만 바라보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고 여겨진다. 앞으로 정리해야 할 부분은 정리되어져야 하겠지만, 가곡에 얽힌 이러한 얼룩진 사실들이 오히려 바로 우리의 역사를 그대로 증명해주고 있음을 느끼고, 가곡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음악대학 작곡과 교수 진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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