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과 잠바', 입어 봤나요?
[특집] '과 잠바', 입어 봤나요?
  • 김채은 기자, 윤신원 기자
  • 승인 2018.03.05 1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우리 대학교 캠퍼스에서 가지각색의 다양한 과 잠바를 입은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과 잠바 문화는 우리의 대학 생활에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본지에서는 과 잠바 문화 및 우리 대학교의 과 잠바에 대해 짚어봤다.
 

소속감을 입다

 과 잠바는 단순한 옷을 넘어 대학교 및 소속 학부(과)를 상징함으로써 하나의 대학생 문화로 정착했다. 이러한 과 잠바가 나타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또 현재 과 잠바 문화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과 잠바의 등장 배경 및 발달 과정에 대해 알아봤다.

 대학생의 상징=‘과 잠바’는 학과(學科)를 뜻하는 ‘과’에 품이 넉넉한 서양식 웃옷을 뜻하는 ‘잠바’가 결합된 단어로, 학생들이 소속 학교 및 학부(과)를 상징하기 위해 맞춰 입은 야구잠바에서 유래했다. 과 잠바는 과 티셔츠부터 야구잠바, 바람막이, 롱패딩 등 다양한 형태로 발달했다. 1980년대의 대학가는 대학 민주주의와 관련한 학생 운동이 활발했다. 이에 당시 학생들은 학생으로서의 동질감 및 소속감을 드러내고자 과 티셔츠를 맞춰 입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에 서울대학교 럭비부가 운동부로서 단합심을 모으기 위해 처음으로 과 잠바를 맞춰 입었다. 하지만 당시 일부 대학생들은 과 잠바를 ‘소속에 대한 지나친 과시’로 여겼고, 과 잠바는 환영받지 못했다.

 2010년 이후부터는 ‘전국의 모든 대학생이 과 잠바를 입는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만큼 과 잠바 문화가 확산됐다. 과 잠바는 ‘대학생 교복’이라고 불리며 하나의 ‘대학생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 과 잠바가 대학교 및 학부(과) 등 각 집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교수(심리학과)는 “옷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수단이기에, 과 잠바는 상징성을 표현하는 문화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과 잠바는 학생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시대가 갈수록 개인주의 문화가 성행했기에 학부(과)의 단체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도 줄어들었다. 그에 따라 학부(과) 단위의 행사는 구성원의 소속감 및 연대감을 고취시키지 못했다. 대신 학생회의 주도 하에 구성원들이 소속 학부(과)가 표기된 과 잠바를 맞춰 입음으로써 연대감을 느끼게 됐다. 이에 백승대 교수(사회학과)는 “과 잠바는 학부(과) 내의 단합력을 높이고, 소속 집단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가장 실용적인 옷으로=과 잠바는 소속감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넘어, 대학생들에게 가장 실용적인 패션으로 인식되면서 하나의 대학생 패션 문화로 발전했다. 2000년대 초반의 과 잠바는 대학명, 학과 등 개인정보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현재 과 잠바는 직접적으로 개인정보를 표현하기보다, 해당 집단의 소속 구성원들만 공유할 수 있는 디자인의 ‘과 잠바’로 변화된 추세를 보인다. 이는 ‘모두’와 공유하기보다 ‘우리’만 공유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김정숙 교수(의류패션학과)는 “개인정보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과 잠바는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옷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과 잠바는 대학생 패션 문화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난 너와 다르다?=한편 일각에서는 과 잠바가 학벌주의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과 잠바가 학력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이기에, 과 잠바를 통해 출신 학교 및 학부(과)를 비교하는 풍토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소위 ‘명문대생’이라 불리는 학생들이 대학명 및 학부(과), 출신 고등학교가 새겨진 과 잠바를 과시의 수단으로 이용한 사례가 있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입시 결과가 낮은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김정숙 교수는 “과 잠바는 자신의 학벌을 상대방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기에, 차별화된 우월성의 부정적 측면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개성을 드러내다

 과 잠바’는 학부(과)의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에 학부(과)뿐만이 아닌 동아리 및 특정 기관도 상징과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써 과 잠바를 맞춰 입는 경우가 많다. 이에 본지에서는 우리 대학교의 특색 있는 학부(과) 및 단체의 대표 잠바를 알아봤다.

유아교육과

 유아교육과 과 잠바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저희 과 잠바는 학과 특유의 밝고 따뜻한 이미지를 담은 옅은 분홍색과 깨끗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흰색으로 이뤄져 있어요. 비교적 밝은 색상이다 보니 쉽게 눈길이 가죠. 저희 과 잠바를 예뻐해 주시는 학우들이 많아 영광이에요.

 유아교육과 과 잠바의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밝은 색상이 장점이지만, 단점이기도 해요. 저희 과 잠바의 색상은 학내에서 유명하다 보니, 과 잠바를 입고 다니면 유아교육과 학생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어요. 그래서 학내에서의 행동을 더욱 조심하려고 노력해요. 타 대학교 유아교육과의 경우 유아 그림을 새기는 등 학과의 상징이 드러나 있지만, 저희 과 잠바는 유아교육과를 뚜렷하게 상징할 수 있는 로고가 없어 아쉬워요.

우리에게 과 잠바란 ○○다?

 저희 학과가 분홍색 과 잠바를 처음 시도한 만큼, 저희 학과의 잠바는 ‘시작’과 같아요. 앞으로도 분홍색 과 잠바를 유지할 테니 저희 과 잠바 많이 사랑해주세요!

국어국문학과

 국어국문학과 과 잠바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저희 국어국문학과 잠바는 흰색과 빨간색으로 이뤄진 야구 잠바예요. 빨간색이 주요 색상이다 보니, 학우들에게 눈에 띄어 특색 있어 보이는 것 같아요. 하얀 종이에 열정을 담아 글을 쓴다는 의미를 표현하고자 흰색과 빨간색을 선택했어요. 소매에는 국어국문학과인 만큼 한글 초성을 이용해 이름을 나타냈어요. 이러한 특징이 저희 학과를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아요.

 국어국문학과 과 잠바의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강한 색감의 과 잠바다 보니 학교 행사에 참여할 때 학과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반면, 일상복으로 입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어 아쉬움이 남아요.

 우리에게 과 잠바란 ○○다?

 과 잠바란 ‘숙제’와 같아요. 학생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반영하고, 보완해서 개성 넘치는 과 잠바를 만들어야 하기에 도전해야 할 숙제 같은 느낌이에요. 올해는 더 예쁘고 좋은 과 잠바를 만들 테니 기대해 주세요!

영대사랑

 영대사랑 과 잠바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학교 홍보대사이기에 학교를 상징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잠바에 우리 대학교의 대표 색상인 푸른 계열인 하늘색을 수놓았어요. 과 잠바의 하늘색과 흰색은 영대사랑이 가져야 하는 깨끗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어요. 또한 왼쪽 가슴에 적혀 있는  ‘I love YU’ 로고는 저희만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죠. 시간이 흘러 과 잠바 디자인이 바뀔 때도 이 로고를 유지했어요.

 영대사랑 과 잠바의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저희 과 잠바는 색깔이 밝기에 외부 오염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서 아쉬움이 있어요.

 우리에게 과 잠바란 ○○다?

 과 잠바란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저희 잠바에는 우리 대학교에 대한 사랑이 잘 표현돼 있기 때문이에요. 학우 여러분도 하늘색 잠바를 보면, 저희 영대사랑의 ‘이미지’를 떠올려 주세요!

과 잠바에 담긴 이야기

17학번 K

 대학교 입학 전, 과 잠바를 입고 다니는 대학생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래서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하루라도 빨리 동기들과 과 잠바를 맞춰 입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입학 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과 잠바 디자인으로 인해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과 잠바는 함께 맞춰 입는 옷이기에, ‘많은 이들의 취향을 통일시키기엔 어렵겠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과 잠바를 구매했다.

 4월이 지나니, 설렘을 주던 과 잠바는 오히려 더위를 부르는 옷이 됐다. ‘괜히 샀다’는 생각도 들었고, 디자인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많이 입어보지 못하고 옷장에 넣어 보관했는데, 어느덧 입지 않은 지 일 년이 됐다. 여전히 나는 과 잠바에 대한 로망을 실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중도 열공러

 지난 학기 어느 날, 시험 준비를 위해 중앙도서관에 갔다. 공부를 하다가 잠시 쉬던 중 에이스 라운지 창 밖 너머 이상형에 가까운 학우를 보게 됐다. 검은색 계열의 과 잠바를 입고 있는 그에게 눈길이 갔다. 성격이 소심해서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현하지 못했다. 멀리서 그의 과 잠바에 적혀있는 학과와 학번을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고, 결국 그는 친구들과 함께 사라졌다.

 그 당시엔 미련이 남았는지 계속 에이스 라운지에서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그를 다시 볼 수 없었다. 인연이 아닌 탓일까. 요즘에도 검은색 계열의 과 잠바를 보면 나도 모르게 흠칫 놀랄 때가 있다. 흔한 색깔의 과 잠바였기에 소심했던 내가 더욱 원망스럽다.

16학번 B

 작년 초겨울 어느 날, 과 잠바를 입고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갔다. 수업을 듣는 도중 서울에 있는 친구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기에 즉시 서울로 가는 차편을 마련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경산역으로 달려가 서울행 기차를 탔다. 정신없이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지하철역으로 가는데 서울권의 타 대학교 학생들이 과 잠바를 입고 다니는 모습을 봤다. 그때 바로 ‘아차! 나 과 잠바 입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위축되는 마음에 추운 날씨임에도 과 잠바를 벗고 거리를 다녔다.

 나름대로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속으로는 아니었나 보다.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당당하게 우리 대학교 과 잠바를 입고 다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