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21세기 소양교육에 있어서 동양사상의 의미
[학술] 21세기 소양교육에 있어서 동양사상의 의미
  • 주동진 강사(체육학부)
  • 승인 2017.11.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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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孔孟과 老莊 사상에 접목해 본 체육·스포츠철학 -

 

  여우의 포도(이솝 우화)는 시지 않다.
 인류의 삶은 물질문명의 혜택 아래 과학 일변도로 전개해 왔다. 이러한 이유로 동양인들도 자신들의 지배담론으로 존속해왔던 儒家思想과 道家思想 혹은 그 경전(聖經賢傳)마저도 옛 유산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동양사상이 서양의 과학문명에 비해 분명하지 못하고, 가시적인 생산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어려운 漢文때문에 거부감까지 생겨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 결국은 동양사상을 이솝(Aesop) 寓話 속, 여우의 포도처럼 ‘신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것은 손에 넣을 수 없다고 하여 배척하는 자기합리화(認知不調和: cognitive dissonance)의 矛盾에 빠지는 愚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와 근본에 대한 인식을 망각하고 서양의 물질문명 일변도를 추구한다면 우리는 언젠가는 우리 東洋思想을 모두 잃게 될지 모른다. 수천 년 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동양사상은 총체적이며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人間學이다. 특히 孔孟과 老莊思想은 동양의 정체성(identity)이며 특성이다. 동양은 동양사상을 전제로 할 때 동양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그런데 몇 년 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김경일, 바다출판사)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곧이어 『공자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최병철, 시아출판사)라는 책이 또한 그렇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동양의 전통사상을 ‘孔子 죽이기 VS 孔子 살리기’의 공식으로 접근하여 논할 수는 없다.

 역사라는 거대한 스펙터클을 바라보면서 전통사상(古典) 즉, 聖賢들의 삶과 사유방식을 간략하게나마 엿볼 수 있는 것은 그 자체로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孔孟과 老莊의 思惟는 인류 사상에서 가장 인간주의 학문이다. 이를 통해 현대 물질과학문명의 병폐에 대한 다양한 문제해결의 코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살펴보는 人間學으로써의 고대 동양사상은 귀중한 精神文化遺産으로 再生産 할 수 있다.

 


 현대 체육·스포츠현장에서 공맹과 노장 사상의 의의
 오늘날 스포츠현장에서는 누가 기록갱신을 했느냐 혹은 누가 연봉이 더 많은가가 관심거리이다. 이러한 시대에 현대 철학도 아닌 고대 동양철학의 道를 이야기하면 일반 사람들은 웃을 일이다. 정말 크게 웃기는 이야기가 된다. 『道德經』은 “道는 일반사람이 웃지 않으면 도가 아니다(下士聞道 大笑之 不笑 不足以爲道 : 41).”라고 이야기한다.

 孔孟과 老莊 사상은 그 내용과 방법은 다르지만 그 목적은 같다. 모두 ‘인간중심의 인간이야기’이다. 인간이 가진 절대자유와 유희를 즐기고(老莊), 인간의 질서와 윤리를 제시하며(孔孟) 인간의 길(道)을 이야기한다. 또한 하나(孔孟)는 채우는 것이라면 다른 하나(老莊)는 비우는 것이다. 그리고 孔孟은 열심히 배우고 끊임없이 증진하라고 하지만 老莊은 멈출 줄을 알며 쉬는 것도 강조하고 있다. 이들 두 사상은 서로 상반되고 있어서 체육으로의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이다. 孔孟과 老莊이 지닌 ‘체육의 道’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스포츠 아마추어리즘과 동양사상
 스포츠는 보면 즐겁고 하면 재밌다. 그랬던 스포츠가 오늘날에서는 때와 장소 그리고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지구촌 곳곳에서 대규모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한 마디로 ‘돈’ 때문이다. 거대한 산업으로 둔갑한 스포츠는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밤낮 할 것 없이 계속하여 방송을 통해 이익을 창출한다.

 즐겁고 재밌는 스포츠가 긍정적인 면만 있다면 좋겠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승부조작, 약물복용, 폭력, 부정심판, 훌리건(hooligan)의 난동,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과 불화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스포츠의 역기능이 그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체육학자들은 체육철학과 스포츠윤리를 강조하며 “전전긍긍(戰戰兢兢 :『詩經』,「小雅」;『論語』, 「泰伯」)”하고 있다. 그 한 예가 1973년 불가리아 바르나 IOC총회에서 결정하여 올림픽헌장에서 사라진 아마추어리즘복원에 대한 것이다. 스포츠현장에서는 사라졌지만 체육학에서는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아마추어리즘의 사전적 정의는 “스포츠 따위에서, 즐기기 위하여 취미 삼아 경기하는 태도”이다. 즉, 아마추어리즘은 아마추어들의 자유와 낭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과거의 스포츠 아마추어(amateur)는 자유롭고 명예로웠다. 자유, 낭만, 정열, 명예, 대가 없는 행위의 즐거움, 이것들은 과거 아마추어와 함께 존재했다. 아마추어리즘은 체육·스포츠 사상의 시작이며 스포츠 부정행위에 대한 방패이다. 따라서 아마추어리즘은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스포츠인(人)들에게 여전히 정열과 낭만의 향원(鄕園)이다(주동진, 2016, 영대신문).”

 이 글은 오늘날 사라져 가는 미풍양속이나 아마추어리즘과 같은 스포츠 낭만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과학일변도로 변해있는 현시대의 모순과 병폐 속에서 스포츠는 ‘어떤 방법’으로 또 ‘어떤 길’을 가야할 지를 찾으려 한다. 이 물음의 답을 수 천 년 동안 동양의 지배담론이자 동양문화의 코드로 존재하였던 儒家와 道家사상에서 지혜를 빌려보려는 것이다.

 공맹과 노장 사상을 통해 본 체육·스포츠 철학 試論
 동양(儒家와 道家)思想은 서양 사상계를 지배하였던 神중심의 基督敎思想과 달리,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의 길(道)을 주장한 인간적인 인간학이다. 儒家와 道家 思想은 상당히 相異한 방법으로 인간적인 삶의 길(道)을 주장한다. 물론 지향하는 바는 두 사상, 모두 道이다.

 孔孟의 學은 爲己之學이다. 修身을 먼저하고(忠), 사회에 나아가 정연한 질서 아래 타인을 배려하고(恕),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정정당당한 태도와 그러한 자세를 가지라는 것이다. 동양의 위정자들은 삶과 행위의 준거를 儒學의 經書에서 찾았다. 그러므로 孔孟의 ‘체육의 道’는 忠과 恕로서 익혀 체육인 모두가 和而不同할 수 있도록 함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老子의 道(經)와 德(經)을 살펴보면 제왕의 통치철학과 자연의 道로서 인생철학이 담겨져 있다. 老莊은 우주질서에 순응(無爲自然)하며 인간의 自由와 遊戱 그리고 平等을 이야기한다. 老莊의 자유와 유희는 스포츠에 특별한 의의를 부여한다. 즉, 스포츠 그 자체를 즐기는 태도, 이는 승패에 집착하지 않게 하며, 이렇게 될 때 초심을 잃지 않아 순수한 즐거움을 오래 가지게 될 것이다. 결국 승부조작, 약물복용 그리고 거대 산업주의에 의한 병폐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老莊은 絶對的 自由와 遊戱의 審美的 境界 그리고 絶對 平等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스포츠 理想論’에 해당된다.


 孔孟과 老莊, 그 사유체계에 따라 체육의 道를 비교하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孔孟은 스포츠의 질서체계를 강조함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훌륭한 스포츠 스타가 되어서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타인을 의식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것, 立身揚名(孝經 : 立身行道 揚名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을 강조한다. 단 부정한 방법을 하면 그것은 목숨을 잃는 것보다 더 치욕스런 일이므로 정당한 방법으로 정정당당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한다.

 老莊은 명예보다 자신의 자유와 유희에 더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즉 타인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쉬어가면서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즐기면 되지 굳이 타인에 맞춰 자신의 즐거움을 버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스포츠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스포츠의 자유와 유희의 개념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자
 끊임없는 자기수양으로서 爲己之學을 이야기 하는 儒家와 배우지 않고 自然의 道를 터득하려는 道家의 無爲自然, 이 상반된 두 사상은 수 천 년 동안 동양의 지배 담론이었다. 두 사유체계를 비교하면 지배(爲政者)와 피지배(民間), 人爲(배움)와 無爲(자연), 수행과 멈춤, 잡음과 놓음, 질서와 놔둠, 채움과 비움, 體得과 體化 등으로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儒家를 중국의 統治哲學으로, 道家를 隱遁의 哲學으로 가볍게 보는 이들이 많다. 사실 儒家와 道家의 목표는 둘 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이다. 즉, 道의 길을 찾는 것이다. 같으면서도 다른 두 사상은 爲政者(귀족)와 民間(일반인), 각각의 대표사상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儒家와 道家 思想은 시간과 세월 속에서 ‘할머니의 김치’가 익듯이 그렇게 삭혀가며 알아야 참 맛을 볼 수 있다. 儒家와 道家의 사상이 그렇게 단순하거나 빈약한 철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양의 거대 담론의 중심에는 항상 휴머니즘이 있다. 동양은 휴머니즘, 즉 인간학의 寶庫이다. 孔孟과 老莊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결국은 人間의 道로서의 人間幸福論이다. 우물 안 개구리(井中之蝸: 『莊子』,「秋水」)가 되어서는 현대체육의 현장을 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 철저한 人間學인 孔孟과 老莊 思想은 휴머니즘을 강조한다. 孔孟과 老莊 思想에서 과학 일변도에 따른 기계문명의 오만과 좌절로부터 벗어나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孔孟의 배움과 증진, 老莊의 쉼과 멈춤은 스포츠현장과 체육교육에서도 중요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동서양 따로 생각하여서는 안 된다. 모든 길을 열어놓고 세상과 소통하여야 한다. 우리는 동양의 고전(孔孟과 老莊의 思想)으로부터 溫故知新의 지혜를 빌려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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