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리스트] ‘사랑’의 옷을 입자
[나도 칼럼리스트] ‘사랑’의 옷을 입자
  • 류석진(일반대학원 심리학 박사과정 4기 수료)
  • 승인 2017.09.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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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영남대역에 내려 한 걸음 두 걸음 교정을 내딛고 있노라면,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목표와 성취를 향한 발걸음, 그 안에 외면 받고 있을지 모를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한다. 바로 ‘사랑’이다. 시시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뭔가 특별한 게 아니라 항상 보고 듣는 사랑이라는 주제이니 말이다. 하지만 본 글을 통해 자칫 잊고 지냈을지 모를 사랑의 긍정적인 영향들을 되새겼으면 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등굣길에 자녀의 안전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 병상에 누워있는 친구의 건강이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 연인 간에 주고받는 열정적인 마음, 무거운 짐을 힘겹게 나르는 할머니를 위해 기꺼이 도와드리는 마음 등 이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을 듯하다. 사랑은 일반적으로 애정 깃든 마음, 돌보아 주고 싶은 마음, 행복을 바라는 마음 등을 포함한다.

 세분화 시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랑은 받는 대상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타인’에 대한 사랑과 ‘나’에 대한 사랑이 그것이다. 먼저 타인에 대한 사랑은 그 사랑을 받는 대상이 타인으로서 앞서 언급한 예들은 타인에 대한 사랑의 예로 볼 수 있다. 타인에게 베푸는 사랑은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지지체계를 확보할 가능성을 높여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주변에 나의 사랑을 전해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 나아가 그 대상 또한 나에게 사랑을 준다는 것은 따뜻하고 든든한 경험이 된다. 다음으로 나에 대한 사랑은 그 사랑을 받는 대상이 자신이다. 실수한 나에게 스스로 ‘괜찮아. 다음에 열심히 하면 되지.’라고 말해주기, 자신의 강점을 찾고 그에 대해 인정하기, 한 주간 고생한 나를 위해 심신을 달래줄 커피한잔과 달콤한 케이크를 자신에게 선물하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나에게 베푸는 따뜻한 사랑은 알게 모르게 삶에 스며들어,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를 강하고 굳건하게 만들어주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최근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의 뇌에는 그 개인이 가지는 사회적인 목표와 동기를 추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모듈이 있다고 한다. 이 모듈은 필요에 따라 활성화 되는데, 마치 방대한 자료실에서 내가 원하는 자료만을 꺼내 쓰는 것과 유사하다. 어떤 모듈이 활성화 되는가에 따라 개인의 심리적 경험은 달라진다. 특히, 경쟁적 상황에 필요한 모듈이 활성화 되었을 때 개인은 경쟁에서 이겨 우위를 선점하려고 시도하고, 타인과 비교하며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쟁취하려 노력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개인에게 열등감과 화를 유발시킬 수 있으며 나아가 우울과 같은 심적 불편 감을 유발시키거나 자존감 저하를 유발시킬 수 있다. 반면에 자신이나 타인에게 사랑을 전달할 때 활성화되는 모듈은 자신 혹은 타인과 연결되는 안정된 느낌을 가지게 하고, 심리적인 위안을 제공하며, 긍정적인 정서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인들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심리적인 문제들은 경쟁체계에서 사용하는 모듈이 과 활성화 되고, 사랑을 전할 때 사용되는 모듈이 상대적으로 덜 활성화 되어 있는 것으로부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자연이 옷을 바꿔 입듯이, 마음의 옷도 한번 바꿔입어보는 것이 어떨까? 목표와 성취를 향한 내 모습도 필요하지만, 사랑을 실천하는 내 모습도 필요하다.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 혹은 내 삶을 잘 지탱해주고 있는 나 자신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달해보자.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고 그 후에 밀려오는 따뜻함과 넉넉함을 느낄 때, 우리는 경쟁사회 속에서도 심리적 안녕과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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