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눈물을 닦아주지 못한 ‘소년법’
[대자보] 눈물을 닦아주지 못한 ‘소년법’
  • 지민선 사회부장
  • 승인 2017.09.11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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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인상 깊게 본 만화가 있다. 2004년 당시 상황을 풍자한 것이었다.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두 명의 남학생이 나와 성매매를 하자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한 남학생은 성매매는 불법이라고 친구를 말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나가는 여중생을 보며 “성폭행하자”, “친구들을 불러서 집단으로 하자.” 결국 “우린 미성년자니까~”로 끝난다. 이 만화는 최근 소년법 이슈 때문에 다시 회자되고 있다. 다시 본 만화는 어린 시절에 봤던 만화와 다를 것 없었지만 필자에겐 굉장히 다른 의미로 와 닿았다.

 그때와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더 도태돼 보인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우리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지난 2일 SNS를 통해 퍼졌던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 그 예시다. 피투성이로 무릎 꿇은 중학생. 관련된 보도를 보면 이 사건 가해자들은 말투와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을 골목으로 데리고 가 수차례의 폭력을 가했다. 이후 강릉과 인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알려지며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처벌보다는 교화에 목적을 둔 소년법. 이로 인해 청소년들의 범죄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10대들의 범죄를 더더욱 부추긴다는 것이다.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기존에 소년법은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성인 범죄자들과 같이 수감시킴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악풍감염을 막기 위해, 혹은 아이들에게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게 되면 영원히 범죄자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만들어졌다. 법 개정의 취지와는 굉장히 달라진 것 같다. 현재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은 죗값을 치르지 않으니 자신이 범죄자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상욱 시인은 최근 한 SNS를 통해 말했다. “피해자는 평생의 고통으로 남는데, 가해자는 어린 날의 실수로 남는다면 그건 청소년을 보호하는 걸까 가해자를 보호하는 걸까.” 필자는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가해자의 신변을, 미래를 걱정하는 이 법은 오히려 피해자에게 아픔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사회는 가해자를 위하기보다는 피해자를 위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가해자들은 자신이 범죄자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소년법: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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