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과학의 비밀을 자연에서 배우는 생체모방 기술
[학술] 과학의 비밀을 자연에서 배우는 생체모방 기술
  • 심재술 교수(기계공학부)
  • 승인 2017.08.2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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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은 영어로 'science'인데, 이는 라틴어로 'scientia' (지식)에서 나왔고, 'scio-'의 접두어인 “안다”에서 유래되었다. 과학은 그 어원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인간의 관심의 대상에 따라서 발전 되고 확장되고 있다. 고대로부터 근현대까지 과학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관심의 중심에서 시작되었고 발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과학은 당연히 인간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철학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승화시킨 예술 세계의 분야들에 대한 탐구의 한 영역으로서 발전되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과학자로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1452-1519)가 철학자이면서 예술가이자 동시에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로 잘 알려져 있는 이유이기도 하겠다.

 18세기에 접어들어 면직물의 발전을 이루면서 대량생산과 관련한 증기기관의 발전과 산업혁명을 주도한 공업중심의 다양한 기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 연구들이 시작되었다. 19세기에는 산업혁명의 진행과 자본주의가 성장함에 따라 새로운 과학 문명이 눈부시게 발전 하였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미지 세계의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기 시작하였고,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미지에 대한 새로운 지식의 토대가 이 시대에 만들어 지기 시작하였다. 20세기 말 냉전 시대로 인해 과학의 발전은 군사 무기 또는 우주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로켓, 미사일 또는 핵 등에 대한 군사 무기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과학의 한 영역으로 이러한 기술들이 정립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최근 21세기부터 인간의 삶은 과학의 발전으로 더 풍요해 지기 시작하였고, 인간의 관심은 수명 연장과 같은 생명에 관한 것과 기존 과학 기술로는 해결 할 수 없는 새로운 미지의 세계에 대한 욕구로 인해 원자나 분자의 세계나 원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나노”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것을 이해하고 이를 응용할 수 있는 기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나노는 그리스어의 'nanos' (난장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고, 1nm의 크기 (머리카락의 10만분에 1에 해당하는 크기로 10억분의 1 미터)로 정의된다. 현재 컴퓨터의 반도체 메모리/비메모리 소자 연구, 정보를 저장할 수 하드 디스크의 고집적/고밀도에 대한 연구,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는 나노로봇 이나 나노 장치들을 미세 가공 및 조립하는 기술 등과 같은 공학적인 문제들에서부터 단백질, DNA와 같은 바이오물질들의 구조와 기능의 이해, 지능형 약물 전달 연구 및 새로운 피부생체조직 연구 등 첨단 의학 문제에 이르기까지 나노의 기술 분야가 아주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나노바이오기술은 생물, 화학, 물리, 재료, 전자 등 여러 과학 분야의 발전과 더불어 의학, 약학, 생물학의 발전을 활성화 시키는 주요 기술로 발전 되고 있다. 

 나노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최근 과학자들에 의해서 많이 연구되고 있는 분야로서 생체모방 (biomimetics) 이라는 연구 분야를 본 글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biomimetics’는 그리스 단어인 생명을 뜻하는 'bios'와 모방을 뜻하는 ‘mimesis'의 합성어로,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의 생체 구조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과학적인 원리를 이해하고, 모방하여 새로운 공학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연구 분야이다. 생체모방 기술은 최근의 연구 분야인 다양한 나노 기술이 포함되고 있기 때문에 큰 범주에서 나노 기술의 한 분야로 볼 수 도 있다. 독자들이 조금만 주위를 기울인다면 생체모방 기술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아차 하는 순간에 우리가 모르고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생체 모방 기술이 많은데 이러한 생체 모방 기술의 과학적 원리를 몇 가지 소개함으로 어떻게 생체모방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지 이해해 보고자 한다.

 먼저 몇 가지 생체 모방 기술의 예를 들기 전에 여러분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고자 한다. 인간이 과연 스파이더맨처럼 자유롭게 벽을 타고 다닐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이 준비 되어 있다면 벌써 생체 모방 기술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거나, 경험한 사람일 것이다. 몇 년 전 아들과 함께 스파이더맨 영화를 본적이 있다. 빌딩과 빌딩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스파이더맨의 능력은 우리 아이와 함께 나로서도 매우 신기했다. 우리 아이가 그때 나에게 물었다. 아빠! 인간이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타고 갈 수 있나요?  그때는 확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2006년 초 미국 스탠포드 기계공학과 김상배 박사는 게코 도마뱀의 손바닥에 돋아 있는 수많은 섬모를 모방하여 유리벽을 기어오를 수 있도록 만든 로봇인 ‘스티키봇‘을 발표하였다. 자기 몸무게의 몇 배에 해당하는 무게를 견디고 벽이나 빌딩을 타고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리는 섬모하나의 길이는 1-2μm이고 섬모의 지름은 200-500nm의 크기로 섬모 하나와 벽면사이에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반데르발스 힘이 존재하나 도마뱀의 발바닥에 존재하는 수 억 개의 섬모는 이러한 반데르발스 힘이 합해져서 도마뱀의 수 십 배의 무게를 벽면에 접합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코 도마뱀이 유리벽을 타고 가는 모습

과학자들은 최근에 연잎 (Lotus leaf)과 같은 몇 몇 식물들의 잎은 별도의 세척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오염물이 전혀 묻지 않고 항상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연꽃잎 효과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연꽃잎의 표면은 나노 크기의 미세 돌기로 이루어져 물방울과 같은 것을 밀어내는 초소수성(superhydrophobic)이라고 하는 현상을 만든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연꽃잎에서 나온 나노 기술은 물에 젖지 않는 초 발수 옷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고, 목재 등에 코팅하면 목재가 물에 약하여 썩어 버리는 현상을 막을 수도 있고, 다양한 전자 부품들을 수분으로부터 보호 하는 새로운 기술로 사용될 수 있다.  

 과학자들이 생체 모방 기술로 연구하고 있는 또 다른 재미나는 예를 들어 보겠다. 우리가 한번쯤 마블 코믹스의 대표적인 히어로의 영화인 ‘헐크’을 보았을 것이다. 평소 보통의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 살다가 견딜 수 없는 공포나 분노 등을 받으면 갑자기 아드레날린이 몸속에서 분비가 되고 무한한 힘과 전투력을 얻는 거대한 녹색 헐크로 변하면서 악당들을 무찌른다는 내용이다. 그 중에서도 헐크가 가지고 있는 가장 막강한 능력 중에 자기 키 보다 1km이상의 높이를 도약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정말 헐크 영화의 묘미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헐크의 놀랄 만한 이러한 도약 능력이 영화의 재미를 위해서 단지 만들어 낸 허구로만 생각 할 수 있으나, 최근 과학자들은 이러한 헐크의 능력이 벼룩의 점프 능력과 잠자리의 비행 능력을 연구하면서 헐크와 같은 탄력을 가질 수 있는 과학의 비밀을 발견하였다. 벼룩의 다리근욕 속에 ‘레실린’이라는 단백질은 고무의 3-4배 이상의 탄력성을 가지면서 벼룩이 자신의 키의 200배 이상으로 튀어 오르거나 착지할 때도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또한 잠자리도 비행을 할 때, 자기의 몸무게의 30배에 달하는 바람의 힘을 뚫고 나아 갈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레실린의 특성를 활용하면, 높은 중력에서도 손상을 입지 않는 비행복을 개발할 수 있으며, 의료분야에서도 동맥 내벽의 엘라스틴을 대신하게 하면 척추 디스크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레실린을 인체에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인간도 헐크와 같이 엄청난 히어로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인간이 자연에서 배운 또 하나의 발견은 거미줄의 비밀이다. 거미는 강철보다 강한 나노 섬유를 몸속에 가지고 있다. 거미 배에선 6-8개의 실샘과 6개의 실젖이 있다. 거미는 액체 상태 단백질이 모여 있는 실샘에서 긴 관을 거쳐 방적 돌기(실젖)를 통해 몸 밖으로 고체 상태의 거미줄을 뿜어 낸다. 거미줄은 강철보다 5배나 강하고 20배를 늘려도 끊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게는 물보다 가벼워서 물에 뜬다고 한다. 이것을 이용해서 군사용 방탄복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인간이 지금까지 이룩한 수많은 과학의 발전 중에는 단순히 자연을 모방하여 새로운 발명을 한 예는 수없이 많다. 가령 육식동물의 날카로운 발톱을 모방하여 활과 화살을 만들어 내었고, 새가 나는 모습을 보고 비행기를 만들어 냈다. 엉겅키 씨앗이 옷에 엉겨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벨크로(일명 찍찍이)를 만들어 내었고, 상어의 피부구조를 이용하여 잠수함 등에서 물의 마찰 저항을 줄였다. 인간의 인체 구조 중 가장 단단한 대퇴골을 이용하여 파리에 있는 에펠탑을 건축하였고, 전복 껍데기를 모방하여 방탄복을 제작하는데 이용하였다. 그리고 잠자리를 통해서 헬리콥터를 개발하였고, 민들레 씨앗을 통해서 낙하산을 개발하였으며, 우리 민족 고유의 유산인 거북선도 거북이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수많은 과학의 발전의 대부분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곤충이나 동물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가지는 고유의 장점이나 능력을 이해하고 활용 하는데서 부터 출발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집안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벼룩이 자신의 키의 200배 이상 뛰어 오르고, 착지할 때도 다리에 전혀 무리가 가지 않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것도 자연에 대한 발견과 이해에서부터 과학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의 모습과 미세한 동작 하나하나까지도 연구해 보면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사람의 능력으로 풀 수 없다고 생각 할 때 오히려 작은 생명체로부터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과학자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사람이 아니라, 일부 밝혀지지 않은 자연의 힘이나 법칙들을 자연의 현상을 이해하면서 자연의 능력과 위대함을 조금씩 발견해 내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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