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논단] 인공 지능 시대를 어떻게 대비하여야 하는가?
[천마논단] 인공 지능 시대를 어떻게 대비하여야 하는가?
  • 권진혁 교수(물리학과)
  • 승인 2017.05.15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 아침 신문에 미국 대법원에서 인공 지능의 판결을 최종적으로 합법이라고 판단했다는 기사가 났다. 드디어 인공 지능이 사람을 재판하기 시작한 역사적인 순간이다. 앞으로는 점점 더 많은 재판을 인공 지능이 담당할 것이 분명하다.

 이제 인공 지능이 나오면서 인간의 고급 업무 영역도 인공 지능이 대체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검색하여 보면 인공 지능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 순위가 나온다. 어떤 전문가들은 지금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컸을 때는 현재 직업의 대부분이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고 경고의 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대학의 전공 과정에서 가르치는 교육은 대부분 특정 직업을 겨냥하여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들이다. 로스쿨에서는 변호사를 양성하고, 회계학 전공은 회계사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인공 지능은 정확하게 이런 전문 분야를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위협적이다.

 기업이나 공공 기관에서는 비용 효율의 측면에서 당연히 인공 지능을 채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 전문가는 그 일자리를 잃을 것이 자명하다. 두려운 것은 인간 교육 시스템이 미처 따라가기 전에 인공 지능이 너무 빨리 확산돼서, 대규모의 실업이 발생하거나 사회적 빈곤이 확산되어 수많은 인간이 비참 속으로 떨어지는 것일 것이다. 지금 이런 종류의 두려움이 점차 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공 지능 시대가 결코 인간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삶의 주체는 인간이지 인공 지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과 산업 발전의 역사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나오면 과거의 직업이 사라지지만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가 많이 생겨난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변곡점에 서 있는 사람들은 많이 당황하게 되지만, 후속 세대는 변화된 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하게 된다.

 실시간 영어 번역 인공 지능 시스템이 도입되면, 어학과 관련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겠지만, 외국어 학습에 쏟아 붓던 엄청난 비용이 문화, 예술, 여행 등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곳으로 투입되어 사람들의 삶의 여유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 지능 시대의 중요한 특징은 융합과 문화이다. 전공 별로 분리되어 유연성과 창의성을 상실하고 단순한 지식과 기능만을 교육하는 대학의 교육 시스템은 하루 빨리 융합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융합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토대는 바로 기초 학문이다. 근본에 충실한 교육만이 인공 지능 시대에 적합한 융합적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응용 기술은 수만 가지이지만 기초 원리는 얼마되지 않는다. 기초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융합과 창의성이라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이다. 무너져 가는 기초 학문을 견고히 육성하는 길이 인공 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대학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삶은 곧 문화이다. 인공 지능도 알고 보면 바둑이나 번역과 같이 과거에 구식 컴퓨터가 하지 못했던 어려운 일을 수행하는, 일종의 고성능 컴퓨터 프로그램일 뿐이다. 프로그램이 문화를 소유할 수는 없다. 문화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인간 고유의 활동이다. 컴퓨터가 문화의 중요한 일원이 되었듯이, 미래는 인공지능도 인간 문화의 한 일원이 되겠지만, 여전히 문화의 주체는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인간이 인공 지능과 더불어 인간 고유의 영역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개혁하고, 학생들도 이 길을 충실하게 걸어가면 인공 지능은 인간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욱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