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기자의 소셜필름] <미녀는 괴로워>, 사회를 반영하다
[곽기자의 소셜필름] <미녀는 괴로워>, 사회를 반영하다
  • 곽미경 기자
  • 승인 2017.04.03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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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녀는 괴로워> 장면 중, 전신성형을 한 강한나가 자신감에 차 거리를 거니는 모습

 뚱뚱하고 못생겼던 여주인공 강한나가 성형 후 미녀가 돼 사랑과 꿈, 모두를 쟁취한다는 내용의 영화 <미녀는 괴로워>. 개인의 외적인 변화만으로 행복한 결말을 맞는 이 영화의 내용은 외모지상주의의 문제점을 상기시켜 준다. 이 영화에 대해 주형일 교수(언론정보학과)를 만나 얘기해봤다.

 강한나는 가수를 꿈꾸지만, 외모 때문에 미녀 가수 ‘아미’의 목소리를 대신해 주는 ‘얼굴 없는 가수’다. 그녀의 친구인 박정민은 강한나에게 ‘예쁜 여자는 명품, 평범한 여자는 진품, 너 같은 여자는 반품’이라며 좋아하는 남자에 대한 마음을 정리할 것을 권한다. 또한 강한나는 남자친구에게 실연당하며 상처를 입는다. 외모는 왜 이러한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사람들은 본인만의 미적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굉장히 다양하다. 하지만 미디어는 사람들에게 단일한 미의 기준을 제시하며, 날씬한 것은 좋은 것이고 뚱뚱한 것은 나쁜 것이라 주입한다. 이는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한 것이기에 사람들은 이에 쉽게 휩쓸릴 수 있다. 획일화된 미의 기준은 편견으로 고착되기 쉽고, 굳어진 편견은 특정 사람들한테 상처를 줄 확률이 높아 문제가 된다.

 강한나는 성형 수술에 성공하지만 이 사실을 남자주인공인 한상준에게 숨긴다. 실제로 현실에서 예전에는 성형을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과거엔 인공적으로 꾸며낸 것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반응이 있었다. 본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이 치열해지면서 인공적인 것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은 오히려 가식적이더라도 남들보다 좀 더 꾸미는 것이 도움된다고 생각하게 됐고, 이는 노력의 한 측면으로 자리 잡았다. 성형도 더 좋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한 노력으로 인식된다. 한국 사회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낫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생각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이를 위한 노력은 정당화되는 측면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 보이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시대마다 다른 ‘이상적 미의 기준’을 추구하며 이를 내재화하려고 한다. 사람들은 외모지상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을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성공한다. 과거 자본은 돈에 국한됐지만, 현재는 돈뿐만 아니라 수많은 자본 요소가 있다. 인맥 등의 사회적 자본, 학벌 등의 문화적 자본, 경제적 자본, 매력 자본이 그 예이다. 자본이 많을수록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기에 사람들은 이를 더 많이 축적하려고 노력한다. 사회, 문화, 경제적 자본은 개인 노력으로 축적되기도 하지만 주로 *출신성분처럼 세습되는 자본이 됐다. 하지만 매력자본은 상대적으로 개인의 노력으로 얻어질 가능성이 높고, 의학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해 준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유일한 자본이 매력자본이라면 사람들은 이에 집중하게 된다. 사회는 더더욱 외모지상주의 열풍에 빠질 수밖에 없다.

*출신성분: 계층 제도 및 그 계급을 가리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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