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어느 학생기자의 당부
[취재수첩] 어느 학생기자의 당부
  • 황채현 기자
  • 승인 2017.03.06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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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년간의 취재를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취재원과의 갈등이다. 가끔 일부 취재원과 필자가 생각하는 기사의 의도가 다른 경우가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기사의 의도가 ‘학교의 유익함’이라면, 필자가 생각하는 기사의 의도는 ‘학내 구성원에게의 유익함’이다. 그러다보니 학교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써야할 경우 비판의 의도가 있어서, 민감한 학내 사안이라는 등의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당한 적도 있다. 심지어 “학보사가 학교의 좋은 점을 알려야지, 나쁜 점을 알리면 어떡합니까?”라고 말하는 취재원도 있다. 취재 과정이 험난해 소수의 인터뷰만으로 기사를 쓰거나 아예 기사를 쓰지 못한 일도 있었다.

 때로는 기사를 유보하라는 눈치를 받기도 한다. 학교의 명성을 실추시킬 수 있는 기사이므로 내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취재원이 기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을 때, 그리고 그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을 때 필자는 기자로서의 무능력함을 자책하며 방황하곤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이유는 필자의 기사가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는 것에 소중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취재원도 영대신문의 독자이기에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만 존중하는 기사가 과연 학보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일부 취재원은 “학보사는 학교의 부속기관이니 학교의 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사를 써야 한다”고 당부한다. 나 또한 그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학보사란 학교를 홍보할 수도, 학교를 비판할 수도,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대신 낼 수도 있는 ‘언론기관’이지, 어느 한 곳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곳이 결코 아니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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