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이 말하는 '성'과 '우리 사회'
임상수 감독이 말하는 '성'과 '우리 사회'
  • 편집국
  • 승인 2007.05.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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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들>개봉 전부터 10·26사건을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큰 이슈를 불렀고, 박지만 씨의 영화상영가처분신청 등 화제를 몰고 다니는 영화 ‘그때 그 사람들’. 현재 일부분이 삭제 된 채 영화는 상영 중이다. 그리고 이 상영되고 있는 와중에도 아직 법정분쟁이 끝나지 않고 있다.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 영화의 감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임상수 감독을 만나 보았다. -편집자 주

사진 조민지 기자
임상수 감독의 영화에는 늘 성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더불어 어두운 우리 사회의 모습까지도. 감히 다 큰 처녀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성 이야기를 하는 ‘처녀들의 저녁식사’, 근친상간과 원조교제와 술집 접대부 등, 어두운 10대들의 이야기를 양지로 끌어낸 ‘눈물’, 온 가족이 바람을 피우고도 일말의 죄책감 없이 살아가던 ‘바람난 가족’. 각각의 영화마다 그는 그만의 시각으로 성을 재조명해왔다. 네 번째 영화인 ‘그때 그 사람들’ 역시 그 만의 독특한 시각이 두드러진다.
‘그때 그 사람들’은 남성들이 이끌어간다. 여성들은 그냥 그 사건의 주변인이다. 영화 속에서 엔카를 부르고 술시중을 드는 정도로, 박정희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한 증인일 뿐이다. 그렇다. 영화 전체적으로 여성의 역할은 소소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영화를 아우르고 있는 중요한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김윤아, 마지막에는 윤여정. 영화 속에서는 이렇다할 비중이 없는 여성들이 나레이션을 통해 영화를 시작하고 마무리 짓는다. 이처럼 주변 인물인 여성들이 중심 인물인 남성들을 비판한다.
남성과는 다른 여성들의 시각으로 그들의 마초이즘을 비웃어주고 싶었다는 임상수 감독. 여성이라면 총을 쏘고 사람을 죽이는 극단적인 방법은 사용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폭력적인 남성의 문화가 10·26을 낳았다”고 말한다. 때문에 감독은 여성의 시선으로 그때 그 사람들을 비웃음과 동시에 10·26사건에 대한 하나의 묘한 가정을 던진 것이다. ‘만약 여성이 10·26을 일으켰다면?’
대다수 우리나라 남성들이 가진 마초이즘과 이중적인 성의식은 남성또래집단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임상수 감독. 자신 역시 남성이지만 어릴 때부터 또래집단에는 흥미가 없었기에 마초이즘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기존의 남성감독들과 성을 보는 시각이 다른 것 같다고. 그런 그는 노출을 ‘자연스러운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자연스러운 일을 우리사회는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본다고 질타한다. “볼 때는 실컷 즐기다가도 돌아서서는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적인 면을 보인다”면서.
이런 이중적인 사회에 당당히 맞서는 감독, 임상수. 개방적인 모습속에 보수적인 내면을 가진 우리 사회 속에서 그와 그의 영화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한다. “당당하게 성을 보고, 왜곡된 진실을 제대로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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