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회 천마문화상-심사평(시)]
[47회 천마문화상-심사평(시)]
  • 영대신문
  • 승인 2016.11.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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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천마문학상 시 부문에는 60명에 가까운 문청들이 응모하였다. 적잖은 작품들이었지만, 작품의 수준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자족적인 시쓰기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문예창작을 하나의 스킬로서 습득(習得)한 유형의 작품들이다. 이와 같은 양상은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신춘문예를 비롯하여 거의 대부분의 신인상 응모작들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투고작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예심 과정이 오래 걸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고작들 중 많은 작품들이 자기 정념(情念)의 일방적 토로라고 할 수 있는, 자족적 글쓰기에 머물러 있다. 그러한 작품들은 시적 정념을 좀더 밀고나가거나 객관적인 형상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모르거나, 혹은 서툴다. 그래서 이들을 자족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스킬로서의 시쓰기에 단련된 작품들은 모방의 흔적들, 언어를 하나의 시적 언술로 만들어가는 일정한 기술들을 감지하게 한다. 그러한 작품들은 자족적인 글쓰기와는 확실하게 변별되는 어떤 수준을 보여준다. 매재(媒材)를 잘 다루는 능력은 예술가에게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자질이다. 시인이라면 마땅히 언어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러한 능력만으로 시인이 되지는 않는다. 시인을 시인되게 하는 핵심 자질은 자신의 시선으로서 말하고자 하는 욕망과 능력, 그 고유한 개성에 있다. 스킬에 불과한 시-쓰기는 결국 심사자의 손에서 내려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의 작품에 눈길이 갔다. 「소금치는 밤」은 시적인 것, 시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아는 이의 작품이다. 시는 산문과 어떻게 다른지, 왜 시로서 말할 수밖에 없는지를 그의 언어는 알고 있다. 시의 언어는 표현된 언어 바깥의 의미까지를 자신의 것으로 삼는 말하기이다. 언어로서 언어를 넘어서려는 욕망,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시 속에는 내장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 「가자 수족관」은 언어의 명징성을 자신의 개성으로 삼고 있는 작품이다. 함께 투고한 시편들은 이 언어의 주인장이 일정한 수준의 언어 능력과 자기 시선, 자기 어법을 갖고 있음을 웅변해준다. 이 시의 화려한 이미지들은 그것이 환기하는 부정성을 좀더 비극적으로 부각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와 사회의 어떤 참극을 떠올리게 한다. 말을 덜어내는 능력, 언어에 자유를 줄 줄 아는 능력을 얻게 되면, 더 멀리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두 분의 시적 개성을 응원하고 그 개성이 좀더 분명한 성취를 이루기를 바라면서, 두 분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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