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 그 무게를 견뎌라
편입, 그 무게를 견뎌라
  • 황채현 준기자
  • 승인 2016.11.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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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이 한 달 남짓 남은 시점, 우리는 한 학기의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시작을 다짐하며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에 학생들이 편입을 택하는 이유를 들어보고, 편입 후 그들의 학교생활을 알아봤다.

우리가 떠나는 이유

 흔히 편입을 ‘제2의 수능’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편입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본지는 학생들이 편입을 선택하는 이유를 들어보고, 편입에 대한 여러 가지 시선을 알아봤다.
 
 왜 편입을 준비할까?=본지에서 우리 대학교 학생 377명을 대상으로 편입할 의향이 있다는 가정 하에, 그 이유에 대한 앙케이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타 대학의 학위 취득, 더 나은 교육 제공, 현 학교에 적응하기 힘듦, 현 학교에 원하는 전공이 없음, 기타 중 ‘타 대학의 학위 취득’이 43.2%(163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에 김형민 편입 컨설턴트는 “편입의 경우, 2학년 재학 중 시험에 응시해 타 대학교의 3학년으로 입학하게 되므로 수능을 다시 준비할 때보다 졸업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적다”는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우리 대학교 학생 A씨 또한 “수능을 다시 준비하면 졸업이 늦어지게 돼 현 대학교에 입학했다. 지금은 타 대학교로 가기 위해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앙케이트에 참여한 일부 학생들은 ‘더 나은 학위를 위해 타 대학교로 진학’을 원했다. 신용호 교수(경영학과)는 “편입을 택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그 사람의 결정이기에 존중 받을 권리가 있지만, 본인의 진로를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28.4%(107명)가 기타를 선택했다. 기타에는 ‘비싼 등록금’, ‘교우관계 문제’, ‘취업률이 더 높은 대학으로 진학’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김형민 편입 컨설턴트는 “취업률이 더 높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현실을 고려했을 때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16.2%(61명)가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함’을 선택했으며, ‘현 학교에 적응하기 힘듦’과 ‘원하는 전공 없음’이 각각 6.1%(23명)를 차지했다.

 편견 VS 학벌세탁=편입은 본인이 원하는 대학,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등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편입은 수능 시험으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학생들에게 ‘제2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편 편입학의 증가가 대학교육을 발전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남기곤 한밭대학교 교수는 “편입을 통해 인재들이 타 대학교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학은 노력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대학 교육이 질적 향상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수도권 대학 학생들이 지방대학에서 편입한 학생을 두고 ‘학벌세탁충’이라고 부르며 비하하는 사례가 있었다. 또한 최근에는 명문대학 분교에서 본교로 편입한 학생에게 ‘명문대 코스프레’를 한다며 비난하는 일이 있었다. 이처럼 일각에서는 더 나은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편입한 학생들을 보고 ‘학벌세탁’이라며 비난의 시선을 보내기도 하는 것이다. 이에 남기곤 교수는 “대학 서열화로 인해 출신 대학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등 학벌주의가 심화됨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편입은 학벌주의가 만연한 사회구조 속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의 노력이기에 함부로 폄하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편입을 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각자의 이유는 다르지만 모두 편입이라는 목표를 향해 간절하게 노력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편입을 ‘편법’이라 생각하며 비난의 시선을 보내선 안 된다.

좁아진 편입의 문, 그 후는?

  교육부가 편입제도를 개선해 편입 모집 인원을 줄임에 따라 편입을 준비했던 학생들의 합격 문은 좁아지게 됐다. 이에 교육부가 편입제도를 개선한 이유를 알아보고, 좁은 편입 합격 문을 통과한 학생들이 편입 후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좁아진 편입의 문=교육부는 2012년 ‘대학 편입학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일반 편입의 경우, 편입생 여석의 산정 기준으로 ‘전임 교원 확보율’만 책정했지만 ‘대학 편입학제도 개선방안’ 산정기준이 추가로 적용돼 편입생 여석을 배분받기가 어려워졌다. 또한 학사편입의 경우, ‘당해 연도 입학 정원의 5% 이내, 당해 학년 모집단위별 입학정원의 10% 이내’에서 선발했으나, ‘당해 연도 입학정원의 2% 이내, 당해 학년 모집단위별 입학 정원의 4% 이내’로 각각 축소해 정원 외 학사편입 모집인원 비율을 감소시켰다. 뿐만 아니라 재외국민 및 외국인 편입을 제외한 2학기 학사편입을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교육부 측은 이와 같은 ‘대학 편입학제도 개선방안’을 지방대의 정원 감축을 우려해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편입 모집 인원 및 횟수를 줄임으로써 수도권 대학교에 집중된 편입 지원율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학생들은 줄어든 모집 인원으로 인해 편입 경쟁률이 높아져 고충을 겪었다. 이에 남기곤 한밭대학교 교수는 “학생들이 지방대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하려는 것을 제도 개편을 통해 제한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며 “지방대학 육성을 통해 지방대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하고자 하는 욕구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부는 ‘대학 편입학 제도 개선방안’의 이유로 교직원들의 편입학 업무에 대한 부담 완화를 꼽았다. 최재희 교육부 학사제도과 주무관은 “모집 인원이 많을수록 편입학에 대한 교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증가된다”며 “편입학에 대한 업무 부담을 완화시키면 편입학 외의 학생들을 위한 교육업무를 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입 후, 그들은 행복할까?=이준형 씨(경제금융4)는 지난해 다른 전공을 공부하고 싶어 우리 대학교로 편입했다. 그 후, 새로운 전공공부에 흥미를 느끼며 만족스러운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준형 씨는 입학 초기, 교과제도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해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이에 그는 “편입생들에게 교과 제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줄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영재 고려대학교 교수의 ‘대학 편입생들의 편입 후 대학생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편입생들이 편입 후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이 ‘학업성적 취득의 어려움 및 교우관계에 대한 적응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 대학교 편입생들 역시 새로운 학교에서의 다른 전공 공부로 인해 학점을 취득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반 재학생들과 어울리기 힘들어 지도 교수를 찾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미 전공에 대한 지식을 쌓은 재학생들에 비해 새로운 전공을 접하는 편입생은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거나, 고학년으로 입학하다 보니 동아리 가입 등 재학생들과 어울릴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영재 교수는 “지도교수가 편입생들의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해 지속적으로 조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 나은 학교생활을 위해

  이처럼 편입생들은 새로운 학교생활로 인해 교과 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 낯선 교우관계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와 편입생들은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이렇게 해결할 수 있다=대학에서는 편입생들의 고충을 덜기 위해 편입생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대학교 수업학적팀은 편입생들에게 학사 멘토링 제도를 권장하고 있다. 학사 멘토링 제도란 일정 성적 이상을 취득한 학생이 일정 성적 이하를 취득한 학생의 멘토가 돼 공부 및 학교생활 전반에 도움을 주는 제도이다. 또한 전북대학교의 경우도 편입생 적응 프로그램을 마련해 편입생들에게 학교 제도에 대한 정보와 편입생활에 관한 멘토링 및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역할극을 실시해 편입생들이 함께 편입생으로서의 고충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또한 학생이 교육부에 직접 의견을 제시하여 문제 해결을 요구할 수도 있다. 교육부 측은 “편입생들이 학점인정처리 등에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제도가 있을 시 건의하면 교육부가 시정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며 편입생들이 적극적으로 문제에 대해 건의할 것을 권했다.

 학생들이 모색하는 해결책=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편입생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한다. 고려대학교에서는 늦은 학점인정 처리 등 편입생으로서 학교생활에 불편함을 느낀 한 학생이 ‘편입생위원회’라는 기구를 구성했다. 편입생위원회는 편입생들이 겪는 제도적 문제를 개선하고 학교생활의 적응을 돕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기구는 학점인정처리문제와 같은 편입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학점인정절차 개선 추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편입생 새내기 배움터를 마련해 편입생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편입생들뿐만 아니라 비편입생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기구로, 편입생들과 비편입생들의 활발한 교류를 촉진하고 있다. 임소정 고려대 편입생위원회장은 “편입생위원회 활동을 통해 편입생들의 적응이 수월해지고 제도적 문제점이 개선돼 편입생들이 겪는 불편함이 해소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은 교수(교육학과)는 “먼저 적응한 비편입생들이 편입생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그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편입생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와 교육부, 학생들은 다방면에서 노력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편입생들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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