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힘들어서 기자합니다
[기자수첩] 힘들어서 기자합니다
  • 박승환 준기자
  • 승인 2016.10.10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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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상상 속의 기자는 완벽했다. 내 머릿속 기자는 사회 이면의 가려진 문제를 찾고, 어려움에 절대 굴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상대의 답변을 유도해 기사를 쓴다. 하지만 이는 모두 이상에 불과했다. 내가 느낀 현실 속 기자는 육체와 정신이 모두 힘든 ‘극한 직업’이다.

 영대신문에 입사한 지 6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준기자가 됐다. 그 시간동안 느낀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기자는 힘들다’는 것이다. 입사 전 진행된 ‘하드트레이닝’은 이름에 걸맞게 정말 하드(hard)했다. 입사하고 ‘박승환 수습기자’가 된 후, 소재 찾기에서 신문 발행까지 내가 접하는 모든 것은 새로웠고 그만큼 어렵기도 했다. 새로움에 익숙해질 즈음 준기자가 됐고, 그에 걸맞게 할당된 책임과 무게는 더 막중해졌다. 선배 및 동기와 갈등을 겪기도 했으며, 친한 친구와 맥주 한 잔을 즐길 시간은 고사하고 집에 가지 못하는 날도 잦았다. ‘학생’ 기자와 ‘기자’ 학생 사이에서 헷갈리기도 했다.

 친구들은 이런 나를 보며 “바쁘게 지내지 말고 여유롭게 즐기면서 살아라”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항상 “내가 좋아서 하지. 재밌어!”라고 답하지만, 한편으론 정말 재밌어서 하는 것인지 책임감으로 하는 것인지 온종일 고민하곤 한다. 풀리지 않는 물음에 머리를 움켜쥔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에야 이 물음의 답을 찾았다. 결국 힘듦에서 책임감과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억지 답변이라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힘들지 않았다면 책임감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고, 금방 싫증이 나 그만뒀을 것이다. 힘들기 때문에 신문사와 내 기사에 더욱 애착을 가졌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앞으로도 예측하지 못한 어려움을 마주하는, 힘든 순간이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힘든 일을 왜 하냐?”고 물어본다면 이제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힘들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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