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세계로] 농장을 통해 각국의 문화를 말하다
[만나서 세계로] 농장을 통해 각국의 문화를 말하다
  • 이남영 기자, 채종일 준기자
  • 승인 2016.10.10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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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과 함께 한 체험, 농장 방문기]

 

 한 언론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를 기준으로 지난달까지 약 10만명의 외국인이 우리나라 농촌을 체험하는 ‘팜스테이’를 즐긴다고 한다. 이에 본지는 우리 대학교 외국인 유학생들과 교류하며 각국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체험을 마련했다. 이번 체험프로그램의 주인공인 중국의 유가천(국어교육 석사과정 2기), 스웨덴의 안나 브린크(역사1), 가봉의 이든(세마을국제개발1)과 함께 한국의 농장을 체험한 후, 각 나라의 농촌, 농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한국의 농장 체험 기회를 가지다=본지의 기자와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의 농장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도착한 곳은 경산시 친환경 체험농장 제 1호인 ‘가나골친환경체험농장’이다. 해당 농장은 토종닭을 기르고 산머루, 대추 등을 재배하는 농장이다. 특히 이 농장은 가족 모두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농장을 보며 일부 유학생은 놀라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나 씨는 “스웨덴은 1인 경작이 대부분이라 가족이 함께 농촌 생활을 하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체험에 함께한 유학생들은 한국의 농장 체험 프로그램을 처음 참여해봤다고 한다. 유학생 모두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던 이유로 체험할 ‘기회’가 없다고 전했다. 안나 씨의 경우, 스웨덴은 농경 자체가 소규모로 운영되기 때문에 농업 문화를 접해 볼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고 한다. 유가천 씨 역시 도시에 살았기 때문에 농촌에 방문한 경험이 손에 꼽힌다고 했다. 특히 이든 씨는 학교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외국인은 신청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다=유학생들은 투호놀이와 농작물 수확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투호는 항아리를 일정한 거리에 놓고 그 속에 화살을 던져 승부를 가리는 놀이로, 우리나라의 전통 놀이 중 하나다. 투호 놀이를 알려 주자 유학생들 모두 호기심을 보였고, 이내 놀이를 즐기기 시작했다. 화살을 항아리에 던지고, 화살이 안으로 들어갔을 땐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또한 투호를 하면서 각국의 유사한 놀이를 소개하기도 했다. 안나 씨는 스웨덴의 ‘공 던지기’ 놀이, 유가천 씨는 새총으로 활을 쏘듯 작은 돌을 던지는 놀이인 ‘단궁’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든 씨는 가봉에서 활을 쏘며 놀았던 것을 설명하며 어릴 적 추억을 공유했다.

 유학생들은 처음엔 작물을 수확하는 것이 낯설어했지만, 이내 머루와 대추를 즐겁게 수확하기 시작했다. 유가천 씨는 “중국에서도 이러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열매를 따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든 씨 역시 “모기가 많아 수확하기 힘들었지만 즐거운 경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체험을 끝내며 유학생들 모두 한국인의 ‘정’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유가천 씨는 “중국에서는 처음 본 사람들이 모여 어울리며 정을 느낄 수 있는 체험이 많이 없는 편이다"고 말했다. 정해완 가나골친환경체험농장주 역시 “유학생들이 해당 체험을 통해 한국인의 인정을 느꼈길 바란다. 한국의 작은 농장이지만 함께한 추억을 기억 해줬으면 좋겠다”며 유학생들을 향한 애정 어린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의 전통놀이인 투호를 즐기고 있는 유학생들
와인담그기 체험을 하고있는 유학생들
머루를 수확하는 유가천
경산의 특산물인 대추를 따고 있는 안나

[각 국의 문화를 이야기하다]

 가나골친환경체험농장에서 시간을 보낸 유학생들, 그렇다면 그들은 한국의 농장에 대해 어떻게 느꼈을까? 이에 본지는 안나 브린크, 유가천, 이든을 통해 농장에 대한 생각과 느낀 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농장 체험을 하고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안나 브린크(이하 안나): 모두 함께 체험하는 것이 좋았어요. 특히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농장이라는 사실이 독특했죠. 스웨덴은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모이는 날이 명절뿐이기 때문에 해당 체험을 하는 동안 ‘가족과 함께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든: 신기하고 즐거웠어요. 머루와 대추를 수확하는 체험은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농부가 정말 고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유가천: 한국 사람들이 가진 고유의 ‘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중국은 개인주의가 발달해 있어 이러한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거든요. 하지만 농장 체험을 갔을 때, 한국인들은 우리를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가족처럼 살갑게 대해줬어요.

 각국에서 ‘농촌’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안나: 생소해요. 대다수의 스웨덴 청년들은 농촌을 방문해 본 경험이 거의 없을 것에요. 현재 스웨덴은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농업문화가 거의 사라져서 농촌에서 일할 사람은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든: 가봉은 어느 지역이든 농사를 짓기 때문에 꽤 친숙한 편이에요. 일부 나라들은 돈을 벌기 위해 농사를 짓지만 가봉은 취미, 전통 보존 등 다양한 이유로 농사를 짓곤 해요.
 유가천: 중국은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 현상이 심각해요. 그래서 중국의 농촌엔 노인들뿐이죠. 농업이 생활에 중요한 부분인데도 사람들에게 점점 소외당하는 느낌이 들어 더욱 안타까워요.

 한국은 쌀을 가장 많이 재배하는데요. 이처럼 자국의 특산물을 소개한다면 무엇이 있나요?
 안나: 굳이 하나를 꼽자면 북유럽 전역에 유명한 ‘Lingonberry(링곤베리)’가 있죠. 스웨덴 사람들이 자주 찾는 이 과일은 주로 고기와 함께 먹으며, 체리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어요.
 이든: 앞서 말했듯 가봉은 농업이 발달한 나라에요. 커피, 망고, 바나나 등을 키우는 동시에 주변국으로의 수출도 이뤄지죠. 가봉의 특산물 중 하나를 꼽자면 바나나와 비슷한 ‘Plantain(플랜테인)’이라는 과일이 있어요. 이 과일은 주로 구워서 먹으며 외형이 바나나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어요.
 유가천: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인 ‘靑島(칭다오)’는 농업보다는 어업이 발달한 지역이라 생선이 주 특산물이에요. 농산물 중 유명한 작물로는 고량(수수)이 유명해요. 술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이 곡물은 우리가 잘 아는 ‘고량주’의 원료이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안나: 농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됐어요. 스웨덴이 곡물과 과일 등의 자국 재배를 조금 더 늘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역시 들었어요.
 이든: 한국도 좋은 농산물이 있지만 가봉 역시 자랑할 만한 농작물이 많이 있어요. 가봉의 좋은 농산물을 한국에 소개해 보고 싶어요.
 유가천: 다음에도 이런 체험 프로그램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어요. 농촌, 도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며 사람들이 농촌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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