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스타레디큐] 전하지 못한 편지
[YU스타레디큐] 전하지 못한 편지
  • 장수희 기자, 지민선 기자
  • 승인 2016.09.26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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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날씨가 한풀 꺾이고 가을이 오고 있어요. 선선한 바람도 불고 사색하기 딱 좋은 날씨인 것 같아요. 가을이 다가오는 만큼 괜시리 센치해집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망설이다 결국 말하지 못한 적이 있을 것 같은데요. 여러분들은 차마 전하지 못한 편지가 있으신가요? 이번 YU스타레디큐에서는 전하지 못했던 편지와 그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할게요. 

떠나간 당신께...

 무더웠던 날들이 지나가고 언제 그랬냐는 듯,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멀리 돌아서버린 당신을 붙잡으려는 건지, 미숙했던 저로 인해서 상처받았을 당신께 드리는 사죄문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정말 행복했다는 말과 감사하다는 말은 꼭 전하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그날, 당신이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그 결정을 존중합니다. 맞지 않는 퍼즐조각을 맞추려 노력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때로 억지에 가까운 저의 결정과 행동을 지지해 주셔서 또 감사합니다.

 ‘사랑을 지켜야한다’라는 결심으로 시작한 비밀연애가,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당신의 마음을 구속한 것 같아 정말 미안합니다. 영원할 것 같은 행복을 약속드렸는데, 저의 사소한 습관, 행동, 결정들이 당신께 큰 부담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던 제가 야속합니다. 저의 이기심에 상처받았을 당신을 생각하니, 헤어짐의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기나긴 고민 속에 혼자 상처받았을 당신을 생각하니, 너무나 눈물이 납니다.

 당신은 이미 지워버리셨을 그 사진첩을 보며 그 동안의 일들을 하나하나 꺼내봅니다. 준비된 당신과는 다르게 저는 당분간 이 사진첩을 지울 용기도, 들여다볼 용기도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신은 제가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했었습니다. 치기어린 저는 그것을 알면서도 모른척하며 우리의 행복이 아닌 나의 행복이 지속되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전화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는 당신에게, 어떤 말을 해도 핑계가 될 것 같아 내색하지 못했습니다.

 눈물이 날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의지할 수 없었던 남자 친구여서 미안합니다.

 못난 제가 당신의 곁에 잠시나마 있게 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당신과 함께한 곳, 시간들 모두…….

 첫 번째 사연입니다. 한 번쯤 정말 많이 사랑했던 그 혹은 그녀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적, 있으신가요?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며 하고 싶은 말을 삼킨 적도 있겠죠. 사랑했던 그들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일하는 꽁이’ 님도 떠나가는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합니다. 연결해 보겠습니다.

 그녀를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그녀는 저와 같은 회사에 다녔어요. 자주 대화를 하다 보니 서로 마음이 맞아서 연애를 시작했죠. 하지만 사내연애다 보니 회사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했고 ‘사랑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비밀연애를 선택했어요.

 비밀연애, 한 번쯤 꿈꿔보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도 않았어요. 막상 비밀연애를 시작하니 그녀가 많이 힘들어 하더라고요. SNS에 친구들이 커플 사진을 올릴 때마다 부러워했어요. 저희는 서로를 떳떳하게 드러낼 수 없었으니까요. 또 어딜 가나 주위를 휙휙 둘러보며 회사 사람이 있을까 봐 눈치를 봤죠. 그러다 보니 당당히 데이트를 할 수도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지쳐가더라고요.

 ‘일하는 꽁이’ 씨와 그녀, 두 분 모두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정말 행복했어요. 정말 감사했고요. 그녀는 억지스러운 저의 행동에도 모두 맞춰 주려 노력했죠. 웃는 그녀를 볼 때마다 너무 예뻤고, 그녀와 함께 하는 모든 것이 행복했어요. 하지만 비밀연애라는 족쇄가 우리의 사랑을 주변에 표현하고 싶은 그녀의 마음을 구속했고, 저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녀에게 신뢰가 아닌 큰 부담을 줬던 것 같아요.

 그 부담감을 이겨내셨나요?
 아니요. 어느 날, 지친 그녀는 전화로 이별 통보를 하더라고요.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비참하고 미안했어요. ‘왜 그녀를 좋아했을까. 그럼 그녀가 아프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도 많이 했죠.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모든 것이 다 핑계처럼 들릴까봐 차마 입을 떼지 못했어요.

 이 자리를 통해서 떠나간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당신을 만나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제가 그 행복에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 정말 미안합니다. 당신이 제 곁에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떠나간 그녀에게 행복했다고,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지만 끝내 말할 수 없었던 ‘일하는 꽁이’님의 사연이었습니다. ‘일하는 꽁이’님께서 사랑에 아파보니 사랑은 쉬운 것이 아니란 걸 알게됐다며, 모든 분들이 따뜻한 하루를 보내셨으면 보냈으면 한다고 하시네요. 보내지 못한 편지가 꼭 그분께 닿았으면 좋겠어요. 보보의 ‘늦은 후회’라는 노래에 ‘사랑은 떠난 후에야 아는지/곁에 두고서 헤맨 건지/이제야 알겠어 너에게 기대어 울던/그 순간들이 가장 행복했었던 나를’이란 가사가 나오는데요. ‘일하는 꽁이’님의 상황과 비슷해 들려드리고 싶어요. ‘일하는 꽁이’님께 그녀와의 사랑은 늦은 후회보다는 좋은 추억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보보 ‘늦은 후회’
내가 어떤 사랑 받았었는지
내가 어떤 아픔 줬는지
이제야 널 보낸 후에야
돌아선 후에야
다시 후회하고 있잖아

피지 못한 나의 동생아

 어느덧 가을이 돌아왔다. 만물이 지기 시작하고, 겨울을 준비하며 낙엽이 땅으로 떨어진다.

 끝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내 마음은 준비조차 하지 못했는데, 내 마음의 낙엽이 땅에 닿기도 전에 죽음이라는 겨울은 와버리더구나.

 저 낡은 가로등 사이로 새어나오는 불빛에 모이는 불나방을 보며, 뭐가 급했는지 먼저 가버린 네가 떠오른다.

 너는 내 과거의 모든 것을 차지했지. 언제나 너는 내 옆에 있는 나의 형제였다. 너는 못난 형에게 용돈하라며, 일하고 받은 꼬깃꼬깃한 5만 원을 주머니서 꺼내줬던 나의 형제였다.

 모두가 날 부정할 때, 형은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아낌없는 말을 해 주던 형제였다. 네가 공장에서 일할 때, 기름에 찌든 냄새가 나는 좋았다. 그리고 너는 항상 말했지.

 ‘형은 똑똑하니까, 할 수 있다’라고.

 하지만 너의 말과는 다르게 나는 멍청해서 너를 잊는 것조차 할 수 없구나. 너는 내 마음속의 계절을 겨울로 맞춰두고 나를 두고 떠났다. 네가 주었던 지폐는 너의 관 속에서 태워버렸지. 미끌거리는 네 손과 기름때 묻은 그 지폐가 너의 노잣돈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군에 있을 때 네 비보를 들었었지. 악성 뇌종양이라고, 그렇게 건강하던 네가 그리 될 거라고, 나는 믿지 못하였다. 아픈 척 장난치지 말라고 말했을 때, 너는 울었다. 전화기로 처음 듣는 네 울음소리는 익숙지 않더구나.

 첫 휴가 때 본 그 모습에 나는 울었고, 너는 웃었지. 왼쪽 눈이 보이지 않더구나.

 왼쪽 몸을 움직일 수 없다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항상 너에게 못난 형이었고, 너는 나의 자랑스런 동생이었다. 분명 수많은 말이 입 속에서 소용돌이치는데, 가슴 속에서는 걱정의 말이 심장에서부터 타들어 가는데. 나는 의연했던 너의 모습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너는 일병 계급장을 단 나를 보며 말했지. ‘걱정마라, 형 전역하면 나도 군대갈 거다.’

 그 허세 속에서 나는 안심했다. 그리고 그 다음 맞은 휴가 때 너는 영영 눈을 뜨지 못하였지.

 ‘전하지 못했던 말’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사연입니다. 예상치 못했던 일로 가족의 곁을 떠나게 된 동생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긴 사연이었는데요. doog님의 아픈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네요. doog님을 직접 만나서 동생에게 못다 한 이야기,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doog님. 사이좋고 서로를 많이 생각하는 형제 사이였던 것 같아요. 특히 동생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것 같은데, 동생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형제이기에 저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죠. 성실한데다 저처럼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못했어요. 취미도 비슷하고, 닮은 구석이 많았죠. 특히 장난치는 걸 좋아했어요.

 doog님께 동생은 과거에 전부였던 것 같아요. 동생과 함께했던 추억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매 시간이 추억이었어요. 전 이전이나 지금이나 친구가 많이 없어서 동생과 항상 함께였어요.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고3이 되던 해 1월 1일, 함께 동네 뒷산에 올라가 일출을 바라본 일이었어요.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동생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앙상한 몸에 뼈만 남아 있던, 창백한 동생의 시신이 떠올라요. 군대 문제로 병문안을 자주 가지 못했거든요. 결국 병상에 있던 모습이 제가 기억하는 동생 모습의 전부가 돼버렸어요.

 동생이 많이 보고 싶으실 것 같아요. 그럴 때 어떻게 하시나요?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해요. 동생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건 저였기 때문에, 제가 성공해서 동생의 이름을 빛내고 싶거든요. 그래서 억지로라도 공부하려 해요.

 동생이 언제 가장 보고 싶고, 가장 많이 생각나시나요?
 매일 아침 세수를 하면 생각나요.

 동생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가장 해 보고 싶은 것, 해 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잘 가라고 인사해 주고 싶어요. 동생의 비보를 군대에서 들었기 때문에 유언을 미처 듣지 못했어요. 미안하다고 전해 주고 싶어요.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나도 언젠간 그곳으로 가겠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충분히 쉬고 있어. 그곳에서 혼자 놀다가 지겨워질 때쯤 나도 거기에 가게 되겠지.

 둘도 없는, 사랑하는 형제를 떠나보낸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슬플 것 같아요. 그 어떤 말로도 ‘doog’님의 마음을 온전히 위로할 수는 없겠지만, 동생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doog’님께 조성모의 ‘To heaven’ 들려드려요.

조성모 ‘To Heaven’
멀리 떠나갔어도
예전처럼 네 모습 그대로
내 안에 가득한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이별이 없는 그곳에
우리 다시 만날 그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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