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하루] 어긋나며 사는 삶
[그래도 괜찮은 하루] 어긋나며 사는 삶
  • 문희영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16.05.23 18: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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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하고 싶었던 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지원했고, 운 좋게 1차 서류심사에 합격해 면접시험 응시의 기회를 얻게 됐다. 정말 하고 싶었던 활동이었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면접시험을 준비했다고 자부했다. 면접시험 당일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 장소에 도착했다. 평소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고, 긴장하면 말이 빨라져 항상 지적을 받곤 했지만 그날만큼은 만족스럽게 면접시험을 마쳤다. 그 때문인지 ‘이번만큼은 합격이겠거니’ 생각하며 기분 좋게 합격 통지일을 기다렸다. 그 결과는 보기 좋게 탈락. 역시나 세상살이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없다. 자꾸 어긋나기만 한다.

 부모는 자식의 눈빛만 봐도 속마음을 다 안다고 했던가. 엄마가 시 한 편을 문자 메시지로 보내주셨다. 신광철 시인의 ‘걷다’라는 시인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걷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과/동의어일지도 모른다 // 한 팔이 앞으로 가면 다른 팔은 뒤로 간다/한 발을 앞으로 내밀면/다른 발은 뒤에 남는다/두 팔의 어긋남과 두 발의 어긋남의/연속이 걷는 모습이다 // 그래, 어긋남의 반복이 삶이었구나/흔들리면서/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구나”

 그렇다. 우리 삶은 두 팔과 두 발처럼 어긋남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어긋나기만 하는가? 그렇지 않다. 어긋나는 듯, 삐걱대는 듯 하지만 결국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우리가 걸을 때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두 팔이 한 방향으로 같이 움직이고, 두 발이 한 방향으로 같이 움직이는 모습을.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어딘지 어색하고 우스꽝스럽다. 그러나 양팔이 교차하고, 양발이 어긋나는 모습은 우리가 평소 걷는 모습이고 매우 자연스럽다. 이처럼 우리 삶도 어쩌면 이 모습과 같이 어긋나야 똑바로 된 삶이지 않을까.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도 다 흔들리면서 피듯,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거친 비바람과 시련에 힘들지만, 결국 우리의 꽃은 필 것이다. 나침반의 바늘도 멈추면 고장 난 것이 돼 버리듯, 흔들리는 것이 정상이다. 자전거를 탈 때도 마찬가지이다. 넘어지려 할 때 핸들을 움직여 방향을 잡아주지 않고 무작정 앞으로만 나아가면 넘어진다. 그렇다고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에 정지해 있어도 넘어진다. 결국, 조금씩 흔들리고 어긋나는 듯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롭게 항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은 휘청하고 어긋나 보이는 이 모습이,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 삶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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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2017-07-27 23:46:11
그러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