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리스트] 대학생과 대학문화
[나도 칼럼리스트] 대학생과 대학문화
  • 이준현 미학마술사(석사과정)
  • 승인 2016.05.23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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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학기만 되면 언론에선 대학교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군기를 잡고, 술을 먹이고, 여장을 시키고, 야한 옷을 입게 하는 신입생 환영식 문화는 우리가 ‘문화’라고 하기 부끄러운 문화이다. 비난받는 또 다른 문화는 축제 문화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주점이 생기고 선정적인 광고 문구로 호객행위를 한다. 축제의 기원이 디오니소스식 제의라면 우리 학교는 그 넓은 천마로를 주점으로 채우고 있으니 그 기원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문화’라는 용어는 19세기 중엽 이후에 이르러서야 쓰였다. 그런데 오늘날과 같이 독립된 용어는 아니었고 ‘교양’(Civility)의 의미로서, 고대 로마의 키케로(Cicero)가 지칭한 ‘정신의 양육(Cultura animi)’처럼 쓰였다. 19세기 중엽의 역사학자들은 문화라는 용어를 쓰기를 꺼려했고 20세기가 되어서야 문화라는 용어를 독립적으로 사용했다.

 라틴어 cultura는 당 시대의 라틴어 colore라는 낱말과 함께 밭을 갈다, 포도를 재배하다 등의 용례에서 보듯이, 크게 두 가지 의미, 즉 ‘씨앗을 심고 가꾸다’, ‘어떤 것을 기르고 돌봐주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즉 ‘땅을 가꾸다’라는 의미에서 ‘정신을 가꾸다’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결국 우리 삶의 ‘문화’라는 것은 지금까지 가꿔온 우리의 정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화가 만들어지는가? 나는 그 예가 우리 중앙도서관 화장실에서 잘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학부시절, 중앙도서관에 오늘날 같은 화장실 문화가 없었다. 중앙도서관 화장실 근처에 가면 악취가 났었다. 하지만 최근 중앙도서관 화장실을 방문했을 때에는 시설을 교체해서 그런지 일단은 깔끔해 보였고 무엇보다도 악취가 덜 느껴졌다. 바뀐 것은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변기통에 버리는 우리들의 행동 하나 밖에 없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의 이 행동 하나를 바꾸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화장실 앞에 대문짝만 한 광고 문구와 중앙도서관의 로비에  중앙도서관 문화 캠페인 동영상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휴지통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중앙 도서관 여자 화장실에서는 음악이 들렸다. 문화의 씨앗이 나름대로 꽃을 피운 것이다.

 위 사례를 통해서 문화의 형성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우선 물질적인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수압이 약한 화장실에선 휴지통에 휴지 버리기 운동을 해야 할 것이다.  다음에 변화를 시도한다.  문화가 피어날 수 있도록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열린 열매를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열매의 씨앗은 다음 열매를 위하여 다시 심는다.

지금의 환영회 문화, 축제 문화는 우리의 선배들이 오랫동안 심어 놓은 정신의 열매였다. 그 열매는 과거에 정신의 허기를 채워주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주변에 잡초가 생기고 열매에는 병이 생겨 오히려 우리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 다시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이제 축제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축제에는 매일 마시는 술은 미뤄두고 축제에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너무 큰 노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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