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특별한 존재가 되자
우리 모두 특별한 존재가 되자
  • 이용우 교수(경제금융학부)
  • 승인 2016.05.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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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의 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금년에 졸업하여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직을 하게 된 제자 C군이 찾아왔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도중 나는 어쩔 수 없이 취업관련 질문을 꺼냈다. “자네가 후배들에게 가장 해 주고 싶은 얘기가 혹시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예, 교수님. 저는 후배들이 자기의 색깔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C가 돌아간 후 나는 이 대답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나의 상념은 엉뚱하게도 대학시절 읽은 이진경의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 방법론’이라는 책을 떠올리게 하였다. 당시 우리나라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이 대학가에서 한창이던 시절 이진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현재의 서울과학기술대 모 교수는 보편자, 개별자, 특수자라는 철학적 개념들에 대한 성찰로부터 논쟁이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자본주의라는 ‘경제적’ 개념과 다소 멀어 보이는 이러한 개념들은 사실 책의 전개과정에서 논쟁의 핵심주제임이 금방 드러나는데 한국 자본주의는 보편적인 자본주의적 경제 질서가 관통하고 있는 아주 구체적인 개별 자본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그러하며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자본주의의 특수성이 발현되기 때문이었다. 보편자의 개념은 뇌과학자인 김대식 카이스트교수가 최근 발간된?김대식의 인간 vs 기계(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에서도 정확하게 제시하는 바와 같이 이미 그리스의 파르메니데스가 세계에 대한 이해를 위한 필수불가결의 개념으로 제시하였다. 하지만 현실에서 생동하는 것은 개별자이며 이진경이 제시한 바와 같이 우리가 관심을 갖는 존재는 보편자와 개별자의 통일적 운동체로서의 특수자인 것이다. C군의 색깔론이 나에게 남긴 화두는 결국 특수자의 육성으로서의 대학교육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결국 대학교육은 개별자들이 보편성을 담지하며 특수자로서 운동해 나가게끔 하는데 있어 촉매제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현재 대학은 많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와중에서 좋은 인재들을 길러내는 대학은 향후 격변의 과정을 뚫고 더 성장해 나갈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기실 지금의 대학사회 변화를 둘러싼 논쟁의 한 축은 도대체 좋은 인재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나는 특별한 인재가 좋은 인재라고 생각하며 우리 영남대학교 학생들이 이러한 특별한 인재로 성장해 나가길 기원한다. 특별한 인재란 앞에서 제시한 철학적 개념의 적용을 통해 구체적인 상을 그려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단 우리 영남대 학생들은 대학이 제시하는 보편교육의 내용들을 충실하게 습득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영남대가 제시하는 ‘민족중흥의 동량’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미래 지성으로서 한국사회가 당면한 제반 문제들에 대해 차분히 살피고 우리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금융학부의 경우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적절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나가며 동시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 나가는데 있어 직면한 문제들을 식별하고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어떠한 장애물들이 제거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보편적 인식의 형성과 동시에 우리 영남대학교 학생들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자신의 형제·자매에 대해서도 평생 대상의 단순한 즉자적 이해에 머무를 수 있는 것과 같이 우리는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 해서 저절로 헤겔적 의미의 대자적 이해에 도달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예를 들어 경제금융학부의 경우 한국금융이 직면한 문제에 천착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대구·경북지역 금융의 현황과 문제, 지역제조업과의 관계금융 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우리 사회에 대한 질문과 동시에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지역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 가는 과정이 바로 좋은 인재, 특별한 인재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이를 통해 영남대 학생들은 전체 한국사회에 대한 인식론적 지평에서 지역의 발전에 대한 기여를 통해 자신의 발전을 도모해 가는 인재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법철학 서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을 드리며 글을 맺는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Hic Rhodus, hic sal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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