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영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 쉼; 休
[문희영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 쉼; 休
  • 문희영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16.05.0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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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이 시작된 지도 1/4이 지났다. 아마 모두들 ‘올해는 지난해보다 열심히 살아보리라’ 다짐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도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는가?

 중간고사 이후 SNS에는 “이렇게 된 이상 기말고사를 노린다”는 식의 농담이 줄곧 이어지기도 했다. 여러분은 어떠한가? 1학년은 1학년대로, 2학년은 2학년대로, 3학년은 3학년대로… 저마다 느끼는 것은 다르겠지만, 어딘가 모르게 조급한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들 하는 그런 대외활동들을 지원해 보지만, 번번이 탈락하고 만다. 마음은 더 급해져 온다.

 이처럼 바쁜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항상 생산적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리곤 한다. 남들은 저만큼 앞서가는데 나는 항상 제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 답답하기도 하다. 엄살일 수도 있겠으나 나 역시 ‘쉬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쉼’은 내 삶에서 사치가 돼버린 듯하다. 이 때문인지 지나치게 앞만 보고 달리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는 번아웃증후군(burn-out)도 생겨났다. 심지어 우리나라 직장인이 85% 이상이 이러한 증세를 경험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100세 시대이다. 지금 우리에게 보이는 당장 1, 2년은 큰 차이 일 수 있겠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조금 돌아가고 쉬어가더라도 그것이 결코 약점이 되지는 않는다. 쉼은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

 삶은 결코 우리가 어린 시절 빡빡하게 계획했던 방학계획표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의미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작은 경험과 시간이 쌓여 결국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이 만들어 지리라 믿어보자. 가끔은 나를 가다듬고 정신없이 지나온 길을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정신적으로 단단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허무하고 이 같은 고민은 해결되지 않은 채 제자리를 맴돌 것이다. 지금부터 마음의 여유를 갖고 정신적으로 단단해지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열심히 달려나가고 끊임없이 일해도 마음속의 공허함만 커지는 이 시대에서 『모모』는 우리를 위로한다. “하긴 시간을 아끼는 사람들이 옛 원형극장 인근 마을 사람들보다 옷을 잘 입긴 했다. 돈을 더 많이 벌었기 때문에 더 많이 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무언가 못마땅한 기색이나 피곤함, 또는 불만이 진득하게 배어 있었다”(『모모』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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