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시대 - 제3의 공간
공간의 시대 - 제3의 공간
  • 이돈일 교수(산업디자인학과)
  • 승인 2016.03.14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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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에게 있어 공간은 단순히 공간이라는 개념을 넘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선사시대에 위험한 상황이나 자연재해를 피하기 위한 공간(Shelter)의 기능적인 사용성을 넘어서 심리적인 안식처와 사유의 공간으로 그 성격은 변화, 발전되어 왔다. 오늘날 공간의 감성적인 개념은 크리스티안 미쿤다가 정의한 제3의 공간을 통해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저서『제3의 공간』에서 먼저 제1의 공간은 봉건사회를 지나 19세기에 접어들면서 등장한 자본가계급의 완벽에 가까운 주거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 실현을 통해 그 개념이 정립되었다고 하였다. 19세기 주거공간은 집주인의 권력과 미적인 부가가치에 대한 상징성을 가진 매우 잘 계획된 공간으로서의 개념이 강했다. 그 이후 경제공황의 시련과 2차 세계대전의 황폐함을 경험하며 사람이 머무는 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나타났다. 1960년대 미국에서 가정과 같이 연출된 미학적 아름다움을 지닌 작업 환경이 근로 의욕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이 검증되면서 집과 같은 일터가 널리 확산되게 되었다. 크리스티안 미쿤다는 이러한 개념이 도입된 공간을 제2의 공간이라 정의했다. 제2의 공간의 등장으로 삭막하기만 했던 일터가 개인의 사적 주거 공간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되어 감성적으로 편안함을 제공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태어났다. 일터에 제2의 공간개념을 도입하자 직원들의 결근일수가 줄었고 애사심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게 되는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이렇게 연출된 공간의 개념은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인간의 감각이나 경험을 마케팅의 한 도구로 사용하면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중적인 공간에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대중적인 상업공간에서도 집과 같이 안락함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연출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다시 찾고 싶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는 이러한 의미를 가진 공간을 두고 제3의 공간이라고 했다. 즉 제3의 공간은 단순히 집과 일터를 제외한 공간으로만 지칭되지 않는다. 공간은 소비의 개념으로 진화했고 상업공간에서는 공간이 판매되고 있다. 일례로 셀프 서비스 커피전문점에서 머물며 마시는 커피가격과 Takeaway 커피 값의 차이는 대부분 공간에 대한 소비자 가격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제3의 공간은 사람들이 공간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익숙한 경험을 통해 감성적인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하거나 처음 방문한 곳이라도 집과 같은 편안함을 가질 수 있는 곳을 의미하는 새로운 공간의 개념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제3의 공간 개념도입이 시급한 공간으로 대학을 예로 들 수 있다. 지금의 대학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재정위축과 청년실업 문제로 인하여 점점 더 삭막해지고 있는 실정이며 취업을 준비하는 치열한 공간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단지 일차원적인 목적으로 지어진 강의실과 도서관 등은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으로 보기 어렵다. 대학교육의 본질은 지식을 창출하여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는 것에 있는 만큼 공공교육의 장인 대학교라는 공간의 중심에는 학생이 있어야 한다. 이 시점에서 대학교는 제3의 공간 개념의 도입으로 다시 한 번 공간의 효율성을 고려한 공간 구성과 학생들이 자신이 살았던 집 또는 떠나온 고향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가 필요하다. 바로 이것이 학생들을 위한 복지이며 학교의 경쟁력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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