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계기’가 만든 인식
‘어떤 계기’가 만든 인식
  • 강신애 문화부장
  • 승인 2016.03.14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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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은 TV를 보다가 인상을 찌푸린 적이 있다. 과거, 재치있는 입담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끈 한 연예인이 죄를 저질렀지만, 자숙 아닌 자숙을 하더니 브라운관으로 복귀했다. 필자는 이미 ‘그는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이 박혀버렸다. 과거에 국민에게 사랑을 받을 만큼 유명했지만, 화려했던 과거는 기억나지 않았다. 무섭게도 ‘어떤 계기’ 이후로 대중들에게 그는 비호감이 돼버렸다.

 최근 ‘어떤 계기’가 만드는 인식에 대해 생각을 했다. ‘어떤 계기’는 누군가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신입생들은 대학에 들어와 이곳, 저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투성이인 시기에, 누군가에 대한 첫인상은 강렬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 생긴 이미지는 변하기 십상이다. 겪어보면, 첫 인상은 좋았지만 악질이거나, 무서웠지만 배려 깊은 사람일 수도 있다. 당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얼마 전부터 국민의 관심을 모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주목해보자. 일각에선 이 9단의 2번 연속의 패배를 확인한 후 그의 실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자신만만하더니”, “기계한테나 지다니 인간의 부끄러움이다” 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 시점, 오랜 시간 동안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바둑으로 우리나라를 알린 이세돌이 사라질까 무섭다. ‘어떤 계기’, 이번 대국으로 인해, 훗날 사람들은 그를 알파고에 패배한 바둑기사라고 먼저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알파고는 1,200 여 명의 프로 바둑 기사의 수법을 터득해, 수천 번의 경기를 연습한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을 이기게 되면 이 9단의 능력은 엄청난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그렇다고 경기에 졌다고 해서 그가 ‘패배자’라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사람의 이미지는 ‘어떤 계기’로 결정된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가진 관점에 비춰 옳음과 아님을 결정하게 한다. 그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내 관점이 그의 이미지를 결정해 버리는 것이다. 과거에 그 사람이 나에게 고마운 사람이었다 해도 ‘어떤 계기’가 그를 악역으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른다.
현재, 필자도 어느 누군가에게 ‘어떤 계기’로 인해 색안경이 입혀졌을지 모른다. 어떤 행동이 누군가에게 과거와 다른 이미지를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가 아니란 것을, 어떤 기준에 맞춰 누군가를 바라보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아름다움만 찾기에도 부족한 시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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