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건강] 뜻밖의 걸림돌, 난청
[오늘의 건강] 뜻밖의 걸림돌, 난청
  • 사공준 교수(예방의학교실)
  • 승인 2016.02.29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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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실에 난처한 표정의 한 청년이 들어왔다. 외모도 훤칠하고 심각하게 아플 나이도 아닌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유를 궁금해하며 어디 불편한 곳은 없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대학생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을 어렵사리 통과하여 기뻐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회사에 문의하니 신체검사 때문이라기에 검사를 받았던 중소병원의 결과지를 가지고 혹시 모교인 영남대학교병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내원했다고 하였다.

 이 청년의 검사결과를 살펴보니 대부분의 검사는 정상소견이었는데 청력검사결과에서 ‘소음성 난청 초기 소견’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전 검사가 과잉진단이기를 바라며 새로 청력검사를 해보았지만 기대와 달리 결과는 같았다. 결국 이 청년은 난청 때문에 취업을 위한 그간의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 것이었다.

 왜 소음성 난청이 생겼을까? 귀 질환 때문에 병원에 다닌 적은 없는지를 묻는 말에 고개를 가로젓던 대학생은 “그럼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많이 듣나요?” 라는 질문에 잠시 당황하다 중학생 때부터 공부를 할 때도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하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등하교하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는 항상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었다고 했다. 결국 이 청년은 외부 소음이 아니라 본인의 습관 때문에 소음성 난청이 발생한 것으로 진단됐다.

 시끄러운 소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왜 난청이 생길까? 우리 귀 안의 청각신경 끝에는 소리의 파동을 감지하는 청각 세포의 섬모들이 있다. 이 섬모들이 소리의 크기에 따라 갈대처럼 흔들리면서 소리라는 물리적 파동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대뇌로 보낸다. 섬모가 큰 소리에 오래 노출되면 센 바람에 갈대가 부러지듯 섬모도 부러지게 된다. 불행히도 부러진 섬모는 다시 재생되지 않아 감소된 청력은 회복이 안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주변이 조금만 시끄러워도 상대방 말이 잘 안 들리고, 조용한 곳에 있으면 귀에서 웅웅 소리가 나는 이명증상이 생기는데 이를 ‘소음성 난청’이라고 한다.

 소음에 의한 청력손실은 음압의 세기, 소음의 주파수, 소음 노출 기간, 개인의 감수성에 따라서 차이를 보이지만 장기간 소음에 노출되면 대부분 사람에게 난청이 발생한다. 가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옆 학생이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이 나에게까지 들릴 때는 ‘소음성 난청이 발생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어폰으로 인한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스피커를 이용하며, 이어폰을 사용하는 경우 소리의 크기를 줄이고 하루 3시간 미만으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 청소년 시절 무심히 사용한 이어폰 때문에 발생한 소음성 난청이 취업에도 장애가 될 수 있음을 꼭 알아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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