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을 새롭게 담아내야……
새로움을 새롭게 담아내야……
  • 이철우 연구원(다문화교육연구원)
  • 승인 2015.11.3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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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8년, 생각조차 어설펐던 그 시절. 알 수 없는 꿈을 안고 학보사 문을 조용히 열어 본 것이 엊그제 같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대학 언론사 사무실의 모습은 내가 기대하던 것과는 영 딴판이었다. 그래서일까? 한동안 나에게는 학보사가 출산의 현장처럼 고통스런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힘든 노동의 흔적이 남아있던 학보사 사무실의 어지러운 광경은 내게 신문 출산(?)의 산고를 충분히 일깨워 주고도 남았다. 밤을 꼬박 새는 진통 뒤에 출산하는 기자의 고통이 기사 한 줄 한 줄마다 스며들어 있음을 나는 누구보다도 먼저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기자가 되지 못했다.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찾은 학보사. 참으로 기분이 묘했다. 시대 상황만큼이나 어지러웠던 그때의 사무실 분위기는 어디 가고 없고, 깨끗한 현대식 건물에 좋은 책상과 의자들이 마감시간에 쫓기는 대학생 기자들의 몸뚱이를 받치고 있었다. 그 옛날, 책상 위에는 쓰다만 기사 종이가 널브러진 채 낯선 이방인 신입생을 맞이해 주었는데, 이제는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냉각팬 소리만 커지고 있는 사각의 컴퓨터가 나이 많은 대학원생을 힘겹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래, 그동안 세상은 참 많이도 변했다. 종이 신문의 찬란한 권력은 빛처럼 빠른 인터넷에 맥을 못 추고 있는 세상이다. 세상 인심도 그것을 따라가는 건가? 이젠 대학생들도 신문을 보지 않는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뒤져 볼 것이 더 많은데 빤한 대학신문을 왜 보냐고 되묻는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영대신문의 지난 호를 펼쳐 보게 된다. 기성 언론에서 다루는 국정교과서 문제, 해마다 이맘때면 다루는 총학생회장 선거, 시시콜콜한 교육부 관련 기사 등……. 급하게 신문을 넘기는 손끝이 순식간에 마지막 장을 덮고 만다.

 나도 모르게 긴 탄식의 소리가 나오는 순간, 번뜩이는 반성 한 움큼. 기사는 제대로 읽어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신문을 보노라면 이제껏 가진 생각이 달라진다. 똑같다고 생각한 것이 똑같은 것이 아니다.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대학의 다양한 군상이 담겨 있고, 수업과 기사 작성으로 숨 가쁘게 돌아가는 학생 기자의 역동적인 하루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기자도 그 옛날의 기자가 아니기에 기사도 분명 바뀌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무관심하고 그런 힘든 과정을 알지 못한다. 무엇이 이토록 학생들을 대학 언론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는가?

 신문. 새로운 소식이다. 하지만 힘겹게 전하는 새로운 소식에 학생들의 반응은 무관심이다. 아니, 학생에게는 그 ‘새로움’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 그렇다. ‘대학’이라는 존재. 흘러가는 시간 동안 대학도 많이 바뀌었다. 시위 현장의 최루탄은 사라지고 취업 캠프의 처절함이 소리친다. 읽을 것이 한정되어 있던 옛날 새롭기만 해도 흥미를 끌었던 시절이 있었다. 눈에 보이는 종이는 모두가 관심거리였다. 하지만 새로움이 난무하는 2015년, 이제는 흥미로운 것을 새롭게 담아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만약 이것이 시대적 숙명이라면 너무 억울하게 생각할까? 영대신문의 선배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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