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자의 안단테] ‘기대해’라고 말 할 그 날까지
[주기자의 안단테] ‘기대해’라고 말 할 그 날까지
  • 주은성 기자
  • 승인 2015.11.30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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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해 달라.’ 2년간 학생기자 활동을 하며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던 말이다. 주변 지인들에게도 영대신문 읽어 달라는 말은 해 봤지만 내가 쓴 기사를 ‘기대해 달라’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천성적인 게으름 탓인지, 아니면 어느새 ‘일’이 되어버린 신문사 활동 때문이었는지 어느샌가 ‘잘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대충 마무리 짓자’는 생각이 더 커졌다. 의욕에 차서 시작하다가도 막상 일을 시작하고 미루다 보면 마감 날이 다 되어서야 밀린 취재를 끝내곤 했다. 그렇게 시간에 쫓기며 쓴 기사들은 엉성하고 부족했다. 보여주고 싶은, 자랑하고 싶은 기사가 아니었다. 때로는 숨기고 싶었던 기사도 있었다. 취재원에게 ‘기사 잘 써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잠시 기쁘다가, 이내 부끄러웠다.

 ‘나에게 영대신문이란?’이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소화불량’이라고 답했다. ‘가족’이나 ‘보금자리’같은 따뜻한 말을 기대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도 제대로 소화 하지 못하는 나에게 꾸역꾸역 들어오는 수업, 과제, 취재, 마감은 늘 체한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내일은 제대로 해야지. 내일은 열심히 해야지.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나는 항상 지고 말았다. 특히나 밤을 새는 날이면, 마감이 늦는 날이면, 수업에 빠지는 날이면 이게 뭐하는 건가 싶었다. 감당할 수 없는 짐을 계속 지고 가고 있는 듯했다.

 2년이란 시간 동안 계속된 나와의 싸움에서 결국 이기지 못한 채 영대신문을 떠난다. 하지만 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수없이 맞고 쓰러졌지만, 포기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힘들고, 지치고,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운 나날이었다. ‘그럼에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거기에 조금이나마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내일은 툭툭 털고 일어나서, 수없이 맞아서 두둑해진 맷집 하나를 가지고 맞지도 않는 주먹을 크게 휘둘러 볼 생각이다. 또 다른 나의 영대신문에서, 언젠가 ‘기대해’라고 말할 수 있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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