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여학생회의 역할과 존재의 의미
총여학생회의 역할과 존재의 의미
  • 천정우 편집국장
  • 승인 2015.10.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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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여학생회 존폐 여부가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사업의 모호한 정체성’, ‘남성에 대한 역차별 조장’ 등이 이유다. 2년 전 우리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총여학생회 인식조사가 진행됐다. 그 결과 81.2%(폐지 47.6%, 발전적 해체를 통한 새로운 기구 만들어야 33.6%)가 폐지에 찬성했다. 그러나 이후 전교학생대표자회의에서 총여학생회의 존속을 결정해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지난 10월 1일 전교학생대표자회의에서 총여학생회 존폐 여부를 학생 총투표로 하자는 안건이 상정됐다. 그러나 부결됐다. 학생대표자들은 학생들에게 묻지 않고 존속을 결정했다. 2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달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총여학생회 존폐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총여학생회 존폐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 총여학생회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봤다.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는 민주화투쟁이 한창이던 1980년 중반, 평등을 추구하던 민주화 운동 조직도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였다. 이에 염증을 느낀 여학생들은 독자 노선을 구축하고자 총여학생회를 구성했다. 이후 대학 내의 여성인권 향상과 학내 양성평등 구현을 위해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금은 총여학생회가 설립될 당시의 시대 상황과 달라졌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녀차별적인 요소가 남아 있지만, 그간 여성의 권리신장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 왔다는 점에서 총여학생회의 당위성이 약화됐다. 또한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총여학생회에 대한 인식은 학생들의 무관심과 결합돼 총여학생회의 존립 자체를 흔들고 있다.

 대학 내 여학생들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총여학생회가 지니는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지만, 총여학생회는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에 대부분 대학의 총여학생회는 폐지 및 흡수 등의 형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현재 총여학생회가 존재하는 대학은 우리 대학교를 비롯해 연세대학교, 경희대학교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럼에도 총여학생회가 존재해야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의 총여학생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계속된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한 노력과는 별개로 여전히 학내 문화는 남성 중심적이다. 영남대학교 총학생회 역사상 여성 (부)총학생회장이 없었음은 물론이고, 현재 중앙운영위원회 위원들을 보더라도 총여학생회장을 제외하고는 전부 남성이다. 이러한 구조가 고착화되면 학생사회 내의 여성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총여학생회장의 역할과 존재의 이유가 있다.

 또한 성 평등은 더 이상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뿐 아니라 기존의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소외된 남성, 존재조차 알리지 못하고 혐오를 받고 있는 성소수자 등 총여학생회는 다양한 성차별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 남성과 여성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총여학생회는 과거 제기된 여성 권리향상에서 더 나아가, 담론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발을 맞춰야 한다. 그것은 남성 중심의 학생사회에서 여성의 주체성을 키우는 통로이자, 학내의 다양한 성 문제를 다루는 자치기구로서 필요한 것이다.

 여성의 권리 신장과 대학 내 남녀차별을 없애기 위해 학생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총여학생회는 이제 학생들에 의해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총여학생회의 존폐는 결국 우리가 결정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 대학교는 총여학생회의 폐지 주장만 부각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총여학생회의 존재 이유와 당위성 등 이번 논란에 대한 발전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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