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쿡방 열풍, 남초현상?
[문화읽기] 쿡방 열풍, 남초현상?
  • 조민주 문화부장
  • 승인 2015.09.05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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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친 하루를 견디고 집에 돌아와 TV를 켜고 채널을 돌리다 보면 앞치마를 둘러맨 멋진 남성 셰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삼시세끼’,‘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수요 미식회’ 등 이름만 나열해도 이 글을 다 채울법한 수많은 프로그램들에 우리는 너무나 익숙해져있다.

 음식을 요리하고 실제로 먹는 대신 그것을 지켜보는 일이 오락거리가 된 것은 불과 10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쿡방과 먹방 열풍의 원인은 다양한 이유로 분석된다. 누군가는 자취생처럼 혼자 밥 먹는 외로움이 불러들였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힐링의 한 방편으로 여긴다. 또한 단순히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고 하는 필자와 같은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시켜주기도 한다. 단순히 대리만족을 위한 먹방을 넘어 최근 쿡방이 떠오른 것은 실력이 쟁쟁한 전문 셰프들의 등장 때문이었다. 간간히 얼굴을 비추던 유명 셰프와 훤칠한 외모의 셰프까지 프로그램에 합류해 여러 상황에서 음식을 만들고 경쟁하면서 쿡방 전성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우리가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우후죽순 늘어나는 쿡방 프로그램에 대부분 남성 셰프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어쩌다 여성 셰프가 등장할 때면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가 흔하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셰프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지만 그 중 여성 셰프가 나오지 않고 있다.

 요리하는 남자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시작되면서 집안일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남성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부터다. 최근 남성 요리사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보면 연관 심리키워드로 ‘매력적, 각광받다, 친절한, 인기 있다, 신기하다, 새로운’ 등이 등장한다고 한다. 한편 요리사가 엄청난 노동을 견뎌낼 체력을 요하는 직업이다 보니 실질적으로 여성 보다는 남성이 선호된다. 여성들은 주방장 보다는 요리연구가, 푸드스타일리스트 같은 직종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쿡방 프로그램들 중 여럿이 ‘요리하는 남자’라는 여성들의 로망을 구현하면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새로 생겨나고 있는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조차 ‘요리하는 여자’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쿡방 프로그램에 꼭 호텔이나 레스토랑의 셰프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여성 요리 명인이나 손맛 좋은 밥집 아줌마가 나오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숨은 ‘요리녀’들이 솜씨를 발휘해 대중들의 호응을 얻는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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