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직도 절반의 희망은 있다
대한민국, 아직도 절반의 희망은 있다
  • 영대신문
  • 승인 2014.12.0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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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복지국가, 사회 신뢰의 관계분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수준이 평균(5점)보다 낮다고 발표했다. 전국 19세 이상 성인 3천 6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통합 및 국민행복 인식조사’에서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0점(전혀 믿을 수 없다)에서 10점(매우 믿을 수 있다) 가운데 평균 4.59점을 매겼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표본의 수와 표집방법, 응답자의 지역적 특성 그리고 사회 계층적 지위에 따라 응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 전체의 신뢰도라고 일반화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신뢰도가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세월호, 관피아, 원자력 비리, 4대강 사업, 자원 외교, 방위 산업, 인터넷 이민,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군 가혹행위, 무상급식, 공무원 연금 개혁, 수능 출제 오류, 묻지마 범죄 등 올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에서 부각되었던 주요 이슈들과 지금도 진행 중인 각종 문제들을 감안해보면, 사회적 신뢰도에 대한 이번 조사는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왜냐하면 자식을 잃고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던 어느 어머니의 절규가 아직도 우리들의 귓전을 맴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공동체로서의 대한민국에 절반의 희망을 품고 있는 국민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인 찰스 쿨리(Charles Cooley)는 일찍이 사회 변화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전통 사회에서 현대 사회로의 변화는 인간 관계의 변화 및 사회 해체를 수반하는데, 대면적·과정적·정의적 상호작용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일차적 인간관계가 익명적·목적적·이성적 인간관계로 특징되는 이차적 인간관계로 변화함으로써 그 가운데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였다. 우리나라도 전통적으로 혈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인의예지(仁義禮智)와 충효사상(忠孝思想)을 통해 공동체로서의 근간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보면 전통적 의미의 공동체적 가치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쿨리의 해석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 공동체의 변화와 사회문제의 발생을 설명하는데 유용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사회가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변화하지 말아야 할 최소한의 가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사회 공동체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와 믿음이다. 공동체적 삶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개별적 존재로서의 삶보다는 ‘더불어’그리고 ‘함께하는 삶’이 우리의 일상을 더욱 안전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이야말로 인류가 그동안 이상적인 공동체를 끊임없이 꿈꾸어 왔던 원동력이다. 보다 나은 인간 공동체로서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하여, 서로 믿고 살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만 할까? 

 조선중기의 대학자, 덕계(德溪) 오건 선생은 만년에 ‘경의(敬義)’두 글자를 창문과 벽 사이에 크게 써 두고, “우리 집에 두 글자가 있는 것은 마치 하늘에 해와 달이 있는 것 같아서, 만고토록 바뀔 수 없다. 성현의 모든 말씀은 결과적으로 모두 이 두 글자를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했다고 한다. ‘네 탓이니’, ‘내 탓이니’를 가리는 시시비비에서 벗어나 우리도 경(敬)과 의(義), 이 두 글자를 가슴에 품고 살아보면 어떨까?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을 내가 먼저 허리 숙여 공경하고, 자신이 자리한 위치에서 스스로 의로워질 수 있다면, 우리들의 대한민국은 보다 건강하고, 보다 신뢰받는 국가 공동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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