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6호 독자평가(2)
1606호 독자평가(2)
  • 최성귀(심리4)
  • 승인 2014.12.04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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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를 보내 왔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첫머리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로 꼽는 이 마스터피스는 바로 다자이 오사무의「인간실격」이다. 왜 뜬금없이 소설 이야기냐고? 별 이유는 없다. 굳이 설명을 하자면, 주인공 오바 요조의 이지적 언행이 나에게 영향을 끼쳐서 독자평가위원회에 지원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것 정도? 

 신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호를 거듭하면서 점점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도표와 그래프 등의 시각자료의 깔끔한 활용은 이미 독평위 사이에 정평이 난 바 있다. 거기에 더해 총학생회의 부실한 회의록 관리를 꼬집는 것이나 현장실습제도의 허점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언론의 날 선 비판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점 또한 좋았다.

 1면과 2면은 각각 대학구조개혁과 교수회 정기총회에 관한 기사가 메인인데, 둘 다 학생에게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려운 소재였다. 조금 더 학생에게 친숙한 내용을 앞에 배치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다소 낯선 용어가 나오기도 했는데, 기사 마지막의 용어 설명에서 한자를 병기한다면 더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배경 설명 또한 부족해서 주제에 대해 모르는 상태로 처음 읽을 때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학교 신문은 학생이 만들고 학생이 읽는 신문이니 언제나 학생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합 3면의 현장실습제도 관련 기사는 앞서 언급한대로 사회비판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좋은 기사다. 하지만 제도의 불합리성이 크게 와 닿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중구난방 식의 인터뷰보다 하나의 사례를 잡아서 명백하게 인과관계를 보여줬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취재 면에서 약간의 아쉬움 또한 있었다. 종합 4면의 중앙일보 대학평가 관련 기사는 시기적절한 주제를 잘 쓴 기사지만 정작 우리 대학 학생회의 인터뷰만 없는 점이 옥에 티였다. 타 대학 학생회의 선언과 우리 대학의 입장은 기사에 나타나 있지만 학생회의 의견만 빠져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6면 사회면에선 학벌주의 문제를 다뤘다. 소위 ‘인서울’로 대표되는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간 격차가 나날이 벌어지는 지금의 사회를 진단코자 하는 시도였다. 자체적으로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여러 기관과 전문가를 인용하는 등 전체적으로 잘 짜인 기사였다. 인용 정보가 오래된 점, 기사의 결론이 ‘열정’으로 귀결되는 등은 감점 요인이라 할 만하다. 내용적으로는 4면에서 이어지는 형식인데, 차라리 4면과 5면의 배치를 바꿔서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

 대학면에서는 하나의 기사를 양면에 걸쳐놓은 방식을 취했는데, 인터뷰 대상자가 문과대 학생에 치우쳐 있고 기사의 가운데에 그래프와 글귀가 들어가 가독성이 떨어진 점이 아쉬웠다. 이미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독자를 배려했으면 훨씬 보기 좋은 기사가 되었을 것이다. 기사 내용은 좋았지만, 안타깝게도 큰 흥미를 끌지 못했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현실을 개탄하기 보다는 차라리 독서 장학금으로 꿀 빠는(?) 사람을 인터뷰 하는 식으로 나가는 게 더 좋았을 것이다.

 15면 여론면에서는 언제나 보는 재미가 쏠쏠한 취재수첩이 있다. 영대신문의 막내들은 청춘, 열정 같은 싸구려 멘트로 한정 짓기에는 아깝다. 앞으로도 자신의 재능을 잘 활용해서 마음껏 꿈을 펼쳐나갔으면 좋겠다.

 어느새 2학기도 절반 이상 지나가 버리고, 조금 있으면 연말이 다가온다. 빼빼로 데이 다음엔 크리스마스, 그 다음엔 설날, 아차하면 구정, 눈뜨면 개학...뭐 이런 식으로 흘러갈 것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영대신문은 묵묵히 영남대를 지킬 것이라고 믿는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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