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병’을 경계해야 한다
‘정치병’을 경계해야 한다
  • 이형선 편집국장
  • 승인 2014.07.0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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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병’이라는 말에 대해 알고 있는가? 정치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갖고 일상의 모든 일을 정치와 연관시키는 것에서 비롯된 말이다. 국민으로서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한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노력이지만, 뭐든지 과하면 독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필자의 주변에는 정치병 환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얼마 전의 일이다. 본교 모 학과를 다니는 친구에게 익명의 교수가 자신의 ‘개인적인’일로 인해 휴강이 잦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항간에 들리는 소문인 일명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그 교수는 선거와 관련된 활동을 하느라 자신이 맡은 수업조차 휴강한 채로 개인 일정을 소화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피선거권자로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그 교수는 선거철만 되면 선거판을 기웃거리는 것으로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례가 대표적인 정치병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지식인인 교수로서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정치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국민들을 계도한다면 오히려 칭찬을 받을 만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직업적 본분을 잊고 개인 활동으로 인해 학생들을 피해자로 만든다면 그것이 옳은 일인가. 이 사례의 교수는 자신의 본분조차 내던진 채로 ‘전 국민’들을 위해 발 벗고 뛰어다니는 극단적인 이타주의자이든지, 아니면 자신의 내면 깊숙이 숨긴 야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상대적 약자인 학생들의 권리는 고려하지 않는 ‘정치병 말기 환자’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비단 교수들에게서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학생들도 물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는 20대 초반, 즉 대학생의 투표율이 낮아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일부 학생들의 경우에는 과도하게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근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기가 훨씬 쉬워졌다. 내가 SNS를 통해 글을 올리면 몇 초 만에 수십 명,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 글을 보게 된다. 그만큼 큰 파급력을 지닌 SNS이기에, 글을 올릴 때 직접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더 조심해야 할 경우도 있다. 입 조심이 아니라 손 조심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내키는 대로 말하는 이들도 가끔 눈에 띈다.

 최근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 퍼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 사람이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글을 SNS에 게재하면 이 글을 본 수많은 사람들이 이에 반응하게 된다. 특히 몇몇 사람들은 자극적인 말들에 혹해 이를 널리 퍼트리게 되는데, 이러한 ‘음모론’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선동’된다. 이것에 선동된 사람들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자신이 받아들인 소문을 무작정 믿는 ‘정치병 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다. SNS 주 이용 계층이 20대 초반 대학생인 것을 생각하면 이는 대학생과 무관한 문제라 할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다 보면 종종 대화 주제가 정치 쪽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정치와 종교에 관한 이야기는 술자리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평소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사람이 술에 취해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열심히 떠들어대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란 적이 있다. 물론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특히 대학생이라면 정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기득권층이 옳지 못한 행태를 보일 때는 그것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 무조건 옳다고 믿고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이라면 나라 전체의 살림인 정치를 논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의 인격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필자도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 역시 아니다. 아직까지 배워야할 것이 너무나 많이 남아있다. 정치에 대해 비판을 하기 위해, 또는 정치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정치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지식과 사실을 확인하고자 하는 노력 정도는 갖춰져야 할 것이다. 4년 만에 돌아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정치병’에 대해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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