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컴퓨터를 끌 때‘시작’버튼을 누른다
우리는 컴퓨터를 끌 때‘시작’버튼을 누른다
  • 정은송 부장
  • 승인 2013.12.20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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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온 지도 일주일이 지나간다. 빨간 자선냄비, 구세군도 모금 시작을 알리며 벌써 시종식을 했고, 가게에 가면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린다. 이제 12월 연말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기도 하며, 때론 벌써 한 해가 저물어 간다고 느낀다.
이제 연말연시이니 잠깐 생각해보자. 올해 내가 무슨 일을 이뤘는지 말이다. 우리는 한 해가 끝나갈 때 못다 이룬 꿈들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는 설렘 또한 있다. 우리는 다음 해 다이어리를 구입하고, 몇 가지‘이뤄야 할 일’을 목록에 적어놓기도 한다. 예를 들면 책 읽기나 매일 운동하기, 다이어트 하기, 여행하기, 영어 공부하기 등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실천으로 옮기기가 좀처럼 쉽지가 않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시 몇 가지 결심을 한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기 때문에 안 하던 운동이나 공부, 다이어트,‘아침형 인간 되기’든,  동기부여를 받아 며칠 동안은 실행에 옮기더라도 그저 그때뿐,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인간의 진보가 생활하기 편한 방향으로 이뤄져 온 것처럼, 사람들은 습관처럼 편한 것을 원한다.‘습관은 제2의 천성이다’라는 서양속담도 같은 맥락이다. 그만큼 습관은 한 사람의 행동양식을 구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친다. 프랑스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은“습관은 제2의 천성으로 제1의 천성을 파괴한다”고 말했다. 작은 습관이 무섭다는 것은 알고 있었겠지만, 그는 습관이 원래 있던 천성까지도 파괴할만한 강한 힘을 가졌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잘못된 습관은 될 수 있으면 빨리 고치는 것이 좋지만 그것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새로운 행동이 습관이 되려면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마치 로켓이 발사되는 것처럼 말이다. 로켓이 발사되고 궤도를 벗어나기까지는 중력에 반하는 엄청난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궤도를 넘어서면 중력만큼의  자체 추진력을 가지며 자기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인간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한 행동이 새로운 습관이 돼 버리면 처음만큼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사람의 생체리듬이 교정되려면 데는 최소 21일이 소요된다. 힘들지만 3주동안 나쁜 습관을 고치도록 노력해보자.
아인슈타인은“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이다”라고 했다. 혹시 지난 학기에 결심했던 일은 이뤘는지, 늦잠자기, 지각하지 않기나 금주·금연 등 나쁜 습관은 몇 개나 고쳤는지 질문해본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결심을 생각만 하지 말고 종이에 적어보고, 작심삼일이라도 좋으니 직접 실천해보기를 바란다. 작심삼일도 열 번이면 한 달, 백 번이면 삼백 일이다.
우리는 영화 속 트루먼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트루먼이 만약 현실에 안주했더라면 결코 더 큰 세상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자유로운 하늘을 날았을 비둘기가 관광객들이 주는 모이에 만족하며 땅을 떠나지 않는‘닭둘기’로 전락하기까지는 오래 걸린 것이 아니다. 현실에 안주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더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는 더욱 치열한 삶을 살아야 한다. 연말이라고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예전에 컴퓨터를 하시던 아버지가 문득“컴퓨터를 끌 때마다 시작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것이 참 희한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필자도 당시에는 동의하며“어 맞네. 이상하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제 다시 생각해보니 어떤 것이 끝나는 것은 다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한 해가 끝나간다. 새로운 2014년을 맞이할 준비를 할 시기이다. 새해를 작은 결심과 함께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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