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보내는 편지
너에게 보내는 편지
  • 영대신문
  • 승인 2013.12.2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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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임병찬(성균관대학교 법학3·휴)

사랑하는 형에게

형. 안녕? 형의 유일한 친동생 병민이야. 대학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많이 의지가 됐던 형이 지난해 8월 군대에 가서 난 꽤 힘들었어. 형이 재작년 군대에 가기로 했을 때, 내가 형에게“형, 나 편지 쓰는 거 좋아하니까 내가 편지 많이 써줄게. 기대해”라고 말을 했었지. 하지만 내가 보낸 편지는 아마 딱 3통 정도뿐인 것 같아. 그렇게 보낸 3통도 제대로 정성 들여 쓴 것은 1통밖에 안 되고, 나머지 2통은 급하게 쓰는 바람에 글씨도 엉망인 편지였지. 그동안 그게 마음에 걸렸었어. 편지를 써준다고 했으면 보내줘야 하는데 자꾸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보내지 못한 게. 그래서 이번에 학교 신문을 통해 쓰게 됐어. 그냥 편지를 쓰는 것도 쓰는 것이지만, 이렇게나마 그동안 편지 써준다고 해놓고 써주지 못해 미안한 내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다.
참, 편지라는 게 쓰려고 마음은 많이 먹는데 생각만큼 잘 안 써지네. 막상 쓰려고 책상에 앉으면 졸리고 또 졸리고 말이야. 그래도 우리 착한 형은 이해해주리라 믿어. 형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언제부터인가 형에게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어. 그래서 형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형이 외박하는 것을 싫어했었던 것 같아. 자취하는 것도 그렇고 말이야. 또 그만큼 형을 동생으로서 따랐기에 공부하다가도 형이 게임 하자고 하면 게임도 하고 했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형이 외박한다고 했을 때, 어머니도 아닌 내가 왜 그렇게 난리 법석을 쳤는지 잘 모르겠다.
대학교에 와서는 특히 더 정신적으로 형이 의지가 됐던 것 같다. 경기도에서 대구로 내려와서 그런지 집에 대한 향수도 그렇고, 학교 신문에서 나오는 스트레스도 그렇고, 그냥 외로움 때문에 그런지 유독 형에게 자꾸 연락을 하게 되더군. 아마도 가장 큰 원인은 형이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그런 것 같아. 형은 모르겠지만, 솔직히 형이 입영한 후 이틀 동안 눈물에 젖어 살았어. 정신적으로 많은 의지가 되던 형이 입대한 것도 그렇고, 나이도 많은 상태에서 군대에 가서 걱정됐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었지. 막상 형이 휴가 나온 모습을 보니 그건 기우(杞憂)더군. 그때는 표현을 안 했는데 형이 군 생활에 잘 적응한 것 같아서 나도 엄청 기분 좋았어! 안심도 되고.
고마워. 형도 당시에 형이 하고자 하는 일로 인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내가 말하는 거 다 들어주고 또 내게 힘이 되는 말을 해줘서 말이야. 형 덕분에 대학교 1, 2학년 시절을 나름대로 잘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 지금은 학군단도 하고 있고 말이야. 갑자기 이 말이 떠오르네.“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한곳에 있다”내가 이런 말을 쓰게 돼서 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만큼 형과 친밀한 관계라고 느껴서 그런 거야.
이제 곧 혹한기네. 대구는 아직 그다지 춥지 않지만, 형이 근무하는 원주는 꽤 춥다고 들었어.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고, 핫팩 많이 사놔. 혹시 모르지. 지난번 빼빼로데이때 내가 빼빼로 보내줬던 것처럼, 크리스마스에 핫팩 선물이라도 보낼지. 기대해라.
12월 3일 22시 51분

 

 

언제나 형을 응원하는 동생 임병민 올림 (산림자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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