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을 위한 반야심경
현대인을 위한 반야심경
  • 영대신문 편집국
  • 승인 2013.11.1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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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초등학생은 학원, 중·고등학생은 입시, 대학생은 스펙과 취업에 대한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취업을 해도 스트레스의 연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결혼, 대출, 내 집 장만…스트레스, 고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인생을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고금을 막론한 보편적인 견해이다. 19세기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다음과 같이 간결한 언어로 인생을 요약하고 있다.“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말에 동의할 것이다. 이 세상에 늘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부유하면 부유한대로 사람들은 나름의 불행과 고통을 경험한다. 기원전 5세기에도 사람들은 인생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에 대해서 논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사람은 불교의 창시자이자 부처님 혹은 석가모니로 알려져 있는 고타마 싯다르타일 것이다. 불교는 무지로 인한 번뇌에서 오는 고통이 삶을 괴롭힌다고 말하며, 이에서 해탈한 상태인 열반을 추구한다.
최근 인터넷에서‘반야심경 현대어 번역’이라는 글이 화제가 되었다. 반야심경은 불교에서 중요한 경전으로,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불경이기에 누구나 한번쯤‘마하반야…’로 시작하는 불경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보통은 음을 암송할 뿐이라서 뜻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반야심경은 무지는 만물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다고 말하며 무엇이 진리인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만물이 공(空)하다’는 것이 그 통찰이다.‘반야심경 현대어 번역’은 익명의 글쓴이가 반야심경의 내용을 가볍고 쉽게 풀어쓴 것으로 이해하기 쉽고 가독성이 높다. 이 번역의 주된 요점은 다음과 같다.‘세상은 허무한 것이므로 세상에서 받는 고통도 별 것 아니다. 구애되지 말고 즐겁게 살자. 매 순간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마음에 여유를 갖자.’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긴 하지만 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은 반야심경의 내용을 제대로 옮겨놓은 것일까?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려주고자 하는 의도는 현대어 버전도 오리지널 반야심경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현대어 번역은 가독성을 중시, 반야심경의 본질을 제대로 기술하지 않고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공은 허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공성’이라고도 불리는 이 개념은 만물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만물 안에 영속하는 실체가 없다는 것을 가리킨다. 즉, 만물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통스러운 상황도 시간이 가면 변해서 고통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변한다. 나아가 나 자신조차도 백년 뒤에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지금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세상사가 그렇게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조금 더 마음을 편하게 먹고 긴장을 풀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해주지는 않지만 사소한 기분의 이완도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효과를 가진다. 영적인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이상 반야심경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이 또한 기분을 편하게 해주는 하나의 매개체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잠시라도 마음의 평화를 가지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지쳤을 때는 잠깐 눈을 감고 지금의 이 고통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을 떠올려보자. 전보다는 마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우현정(영어교육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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