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과 정치인
붕어빵과 정치인
  • 정은송 문화부장
  • 승인 2013.11.1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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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날씨가 쌀쌀해지면 생각나는 길거리 음식들이 있다. 먼저 뜨끈한 국물에 입김 호호 불어가면서 간장을 찍어 먹는 어묵 꼬지가 있겠다. 타닥타닥 소리와 함께 골목 안까지 달콤고소한 냄새 풍기는 군밤과 군고구마도 있다. 겨울철 간식으로 호떡이나 찐빵도 있겠지만 그래도 추운 겨울철 길거리 음식의 강자는 무엇보다 붕어빵이 아니겠는가. 원조 단팥 앙금도 일품이지만 요즘은 슈크림, 피자 등 다양한 내용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붕어빵. 붕어빵이 제일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는 1930년대이다. 붕어빵의 원형인‘타이야키(たいやき, 도미빵)’는 19세기 일본에서 귀족음식인 생선 돔(도미)을 본떠서 만든 거란다. 가난한 서민들은 비싼 생선인 도미를 구경도 못 해봤을 테니 빵으로라도 만들어 먹고 싶었나 보다. 지금도 비싼 명품을 가지고 싶지만 비싸서 가질 수 없는 서민들은 동대문에서 이미테이션이라도 하나 사려고 하니 도미빵이 생긴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도미빵’은 한국으로 들어오며 당시 도미보다 친근한 형태인‘붕어’의 모양으로 바뀌게 됐다. 처음에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가 1990년대 복고풍이 유행하며 붕어빵은 사람들에게 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서민들의 길거리 간식을 대표하는 붕어빵은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바야흐로 붕어빵은 겨울철 대표 서민음식이라고 하겠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선거 유세 기간에 자신의 비싼 외제 차를 타기보다는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서민들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포장마차나 재래시장을 찾아와 종종‘서민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치인이 선거철에 어묵이나 국밥을 먹는 모습을 찍으며‘서민 이미지’를 내세우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물론 모든 정치인이‘서민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서민음식을 찾는 것만은 아니다. 어린 시절 가난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민 간식인 호두과자를 좋아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음식을 가장 소박하게 먹는 걸로 유명하고 라면 마니아였다. 특히 이회창 전 국회의원은 단팥이 들어간 붕어빵을 그렇게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서민에게 필요한 경제정책은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먹는 순간 따뜻하고 든든해지는, 붕어빵과 같아야 한다”며‘붕어빵 경제’로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다. 붕어빵은 추운 겨울 뱃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따뜻한 음식이자 서민 대표 간식이다. 그런데 붕어빵 가격은 3개에 1천 원으로 6년째 변함이 없다. 붕어빵의 재료인 밀가루, 단팥, 설탕과, 붕어빵을 굽기 위한 LPG 값도 계속 오르고 있는데 1천 원에 주는 붕어빵 개수는 그대로다. 어느 붕어빵 장수는‘마음껏 주고 싶은데 그러면 남는 게 없다. 개수라도 속이려고 풀빵 장사나 할까’하고 고민을 한다고 하니 붕어빵 매출 상황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붕어빵 장사와 같은 노점상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노점상은 일반 점포를 가진 가게와는 달리 국가에 일정한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노점상의 매출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동정론을 펼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노점상이 문제가 되는 이유로는 먼저 노점상이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일반 영세 상인들과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노점상은 사람들이 잘 다니는 길목에 있기 때문에 보행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차량으로 된 노점상은 차량 흐름을 저해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노점상은 식품위생법상 허가를 받을 수 없다. 또한, 쓰레기 문제나 배출하는 물도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노점상은 공중 보건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행정적 측면으로만 노점상을 바라볼 수는 없다. 매출이 좋지만, 세금을 내지 않아 점포를 가진 영세 상인에게 자신들이 피해를 본다는 박탈감을 주는 노점상들도 있긴 하다. 그렇지만 거의 노점상 대부분은‘생계형 노점상’이 많다. 한 가족의 가장이 건강상의 문제로 직장을 그만뒀다든가, 사업이 망해 가족의 생계라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에 붕어빵 장사라도 새로 시작했다가 단속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짠해진다. 게다가 요즘은 붕어빵을 파는 사람의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라고 하니 나이가 많은 사람들만 붕어빵을 판다는 생각도 많이 바뀌었고, 젊은이들의 경제 상황도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에서는 노점상 단속을 하게 되면 공권력을 행사해 노점상 철수하고 압수하는 등 단속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노점상이 단속을 당하더라도 그들은 다시 노점상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 이유는 일자리를 잃은 그들의 생계를 위한 대책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그들을 위한 재취업 알선을 해주거나 창업 지원은 거의 없다.
‘붕어빵’하나에도 붕어빵을 파는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고, 그 붕어빵을 사가는 아빠를 기다리는 딸들이 있을 거다. 정치인들은 서민들에게 붕어빵과 같은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날씨가 제법 추워졌다. 따뜻한 붕어빵 한 봉지 사 먹으러 나가봐야겠다.
정은송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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