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진실하게 표현할 줄 아는 것이 건강한 것
마음을 진실하게 표현할 줄 아는 것이 건강한 것
  • 영대신문 편집국
  • 승인 2013.11.1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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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아들과 함께 외국에서 조금 생활한 적이 있다. 그때 내 아이는 수줍음이 많고 말수가 적어 주위에서 모두 얌전하다고 했다. 그런 아이가 자기 나라가 아닌 외국이라는 곳에서의 낯설음이 오죽했을까?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곳에서 의지할 사람은 엄마밖에 없었다. 외국에 나간 지 몇 주가 안 돼 쇼핑몰에 갔다. 쇼핑몰에서 경쾌한 리듬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때 아이는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 채 몸을 흔들면서 춤을 췄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라 판단하고 있었기에 순간 당황스러워“아들이 지금 춤을 추고 있는 거니?”라고 물어보았다. 아들은 짧게“응”이라고 했다. 그리고는“신나잖아 음악이, 그러니까 몸이 움직이는 거야”라고. 난 엄마로서 이렇게 몸을 움직이고 신나하는 아들이 무척 신기하고 기뻤다. 그렇게 아이는 음악이 나오면 몸을 흔들고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그렇게 일 년을 지내고 18시간 비행기를 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들은 여전히 음악이 나오면 춤을 추었다. 그러나 귀국한지 한 달쯤 지났을까? 아들은 더 이상 신나는 음악에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무엇이 이 아이의 몸으로부터 나오는 자유를 막았을까?
난 상담가로서 마음이 힘든 내담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의 힘든 마음은 몸으로 증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증상은 성인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도 나타난다. 학교를 가지 않는다거나, 폭력을 쓴다거나, 자기 자신에게 고통을 준다거나, 집밖에서 방황하거나 다양한 형태로 말이다. 이러한 행동은 마음의 표현이 잘 못 표현돼 전달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데도 사랑해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경우나 지나친 사랑이 부담스러운데도 부담스럽다고 말하지 못하는 경우, 동생이 미운데 밉다고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 부모님의 다툼이 두렵고 고통스러운데도 말하지 못하는 경우 표현되지 못한 모든 것들이 오랫동안 쌓이고 억압돼 한 순간 폭발처럼 드러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마음의 건강 즉, 정신 건강과 연결되고 그 핵심에는‘표현’이라는 것이 있다. 정신이 건강한 것이란 마음이 편한 것이다. 인격이 성숙하고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잘 처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자취를 남기지 않고 모든 문제를 그때 그 때 처리해야 한다. 안 되는 것은 포기도 할 수 있어야 하고 하고 싶은 것은 시간이 걸려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혜선사(大慧禪師)는 마음에 거리끼는 물건을 애응지물(碍膺之物)이라 하였고 애응지물이 없으면 각(覺)이라 하였다. 이 말은 마음에 거리끼는 감정이 없으면 자신은 깨어있을 수 있다. 즉 건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러분은 아직 젊고 열정과 패기가 있지 않은가? 나와 우리의 문화가 바뀌어 깨어있을 수 있다면 즉, 건강할 수 있다면 나와 우리의 문화도 변화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있는 감정을 거리낌 없이 표현해보자. 이것이 나를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미술치료학과 최선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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