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대학부터 구조조정
특별한 대학부터 구조조정
  • 영대신문 편집국
  • 승인 2013.11.18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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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10여년 뒤에 대학에 입학할 젊은이들의 숫자가 지금보다 16만 명 적어진다고 예상되면서부터 대학의 숫자를 줄이거나 대학의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소위 말하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이다. 교육부는 2023년까지 전국의 대학 정원을 40만 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하였다.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외치는 목소리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학생 숫자가 줄어드는 마당에 대학 정원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어떻게 구조조정을 할 것인가에 있다.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점은 대한민국에 있는 대학들은 서울대를 선두로 하여 줄을 서있다는 사실이다. 이 서열구조가 얼마나 심하면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이‘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라고 대학 서열가를 읊조린다고 하지 않는가! 대학구조조정은 대학 서열화의 병폐를 고쳐나가는 것과 함께 진행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캠퍼스를 두 개씩 가지고 있는 서울 경기 지방의 대학들부터 정원을 감축해야만 전국이 함께 살수 있다는 주장을 허투루 들으면 아니 된다.
서울 지방에 소재한 대학들이 지리적 여건을 이용하여 질적으로 양적으로 성장하면서 소위‘in Seoul’대학이 일급 대학이라는 신화를 만들어 온 것은 잘 알려진 바다. 이들 대학들이 이용한 지리적 여건이란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서울 지방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점이다. 서울 지방인들은 이 점을 십분 활용하여 서울을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문화 교육의 중심지이자 이런 서비스들의 최고 수혜 지역으로 만들어왔다. 서울 지방은 그 이름에조차‘특별’이란 말이 들어갈 정도로 특별해져버렸고 서울 지방과 전국의 격차는 이제 강고한 지리적 계급 구조로 정착하였다. 그래서 섣부른 대학 구조조정은 이 지리적 계급구조를 더욱 고착시켜 지역적 불평등과 사회적 대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
지난 10월 16일에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방안은 대학 서열화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모든 대학을 상위, 하위, 최하위로 구분하여 정원을 차등 감축하겠다는 기본 골격은 상위 대학도 인원 감축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으니 일단 그 방향은 옳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상위 대학들은 자율적으로 인원을 감축하도록 내버려둔다고 하니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다행히 이후 부산에서 열린 대학구조 개혁 토론회에서 절대평가를 통해 전국 대학을 5개 묶음으로 나누고 묶음별로 정원을 차등 감축하겠다고 발표하여 구조조정과 개혁이 대학 서열화를 강화하지 않도록 하려는 의지를 조금 더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전국의 대학들은 불안하다. 전국의 4년제 일반 대학 189개 중 약 40프로가 서울 경기 지방에 집중되어 있고 이 대학들이 소위 상위권 대학의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원을 차등 감축한다면 결국 지방대학 죽이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서울 지방에 소재한 대학들이 처음부터 타 지방의 대학들을 압도한 것이 아니라 서울 지방이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모든 부문에서 특혜를 받으면서 덩달아 그 위상이 올라간 것이다. 만일 서울 소재라는 것을 특별하게 이용하여 서울의 지방대들이 지금처럼‘특별’해질 수 있었다면 그러한 혜택을 누리지 못한 전국의 대학들은 차별을 받아온 셈이다. 이렇게 수 십 년간 진행되어 온 특혜와 차별의 역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절대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고 상위권 대학들은 덜 감축하고 중위권이나 하위권 대학들에게 더 많은 감축을 강요한다면 대학 구조조정이 우선 줄세우기식 전국 대학 죽이기가 되고 결국 불균형과 불평등의 전국 확산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지난 십년간 전국의 대학들이 정원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동안 서울과 경기 지방의 대학들은 상대적으로 정원 축소에 게을렀다. 마치 다른 대학들이 정원을 줄이면 결국 자신들은 감축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며 혼자만 살겠다고 하는 것 같다. 분명 잘못된 태도이지만 한편으로‘지혜’롭게 보이기도 한다. 전국의 대학들이 원칙에 따라서 함께 정원 감축을 실행하지 않는 마당에 먼저 앞장서서 정원을 감축하는 것은 결국 다른 대학들에게 구조조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조조정은 신중하게 해야 하고 다른 대학들과 보조를 맞추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고 모두가 따르는 절차와 일정이 마련된 다음에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서울 지방의 대학들이 특별한 시의 특별한 대학답게 특별하게 정원 감축에 나설 때 다른 지방의 보통 대학들도 정원 감축에 나서는 것이 특별시의 대학들의 체면을 살려주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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