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보내는 편지
너에게 보내는 편지
  • 이형선 기자
  • 승인 2013.11.18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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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사람: 김경복(철학1) / 받는 사람: 한나라(사학4)
TO. 다시 보고 싶은 추억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아. 네가 내 글을 읽고 내 마음을 받아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쓰기라도 하면 후련할 것 같아서 이렇게 끄적거려 본다.
가까운 사람과 술자리를 하면서 네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 네가 나를 기억이나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친구에게 너를 잊지는 못하겠다고 말했지. 너는 최근에 인문관에서 공연할 때 내가 4번 모두 같은 자리에 앉아서 봤는데도 내가 누군지도 몰라보는 것 같더라? 네가 나와 3개월 정도밖에 못 봤다지만 나는 이렇게 너를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너는 어떻게 나를 못 알아볼 수가 있니? 일하느라 바빠서 그랬을까? 앞서 말했던 나와 가까운 그 사람은 나한테 옷 입는 걸 바꾸고, 말하는 태도도 바꾸고, 자신감 있게 다가가면 통할 거라고 말했지. 내가 이렇게 못 잊겠다는 듯이 말하니까 그렇게 충고해 준 것 같은데, 사실 나는 너와 연인이기보다는 친구이고 싶어.
최근에 발행된 신문을 보니까 재수 준비하는 남자와 친구로 지내고 싶어 하는 사람 이야기가 나오더라. 그 사람은‘남녀 사이에 친구가 가능한 걸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 사이에도 이렇게 고민을 하는데 사는 곳도 다르고 친한 사이도 아닌 우리가 친구로 지내는 건 힘들겠지. 하지만 나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너를 잊지 못하겠어.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대인 관계는 먼 사람과도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것이거든. 비록 우리가 함께 한 일들이 많지 않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내가 너와 함께 했던 일은 아직도 내 가슴에 담아두고 있어. 특히 두 번째로 만났을 때, 내가 새내기 배움터에서 돌아와 집으로 가는 길에 네가 기숙사로 짐을 옮기고 있었잖아. 그 때 집에 들어가기 바쁘다고 외면했던 건 아직도 미안해.
나는 네가 부럽다. 역사 공부를 하든 연극을 하든 너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고 있잖아. 네가 네 공부를 위해 과를 옮긴 것이 나에게는 또 다른 자극이 됐어. 그래서 성적이 부진하다고 포기했던 공부도 다시 시작하기로 했어. 과를 옮기기에는 내 나이나 학번이 여유롭지 못하고, 전공 공부를 하면서 따로 교양 차원에서 공부하고 있어. 여유가 된다면 독학사에도 도전해 볼 거야.
이런 이야기 만나서 직접 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이렇게 전달하고 만날 일이 생긴다면 그 때 자세하게 말하고 싶어. 누군가가 내 사정을 알고 이야기라도 해 주기를 기다려볼까? 그러기에는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서 나도 너를 최대한 찾아볼 생각이야. 우리가 만나고 안 만나고를 떠나서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기로 하자.
당신의 삼룡이 경복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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