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만의 번역(translation)은 번역이 아니다
문자만의 번역(translation)은 번역이 아니다
  • 영대신문
  • 승인 2013.09.2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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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개봉된‘똥파리’라는 독립영화가 있다. 해외 영화제에서 16차례나 수상하여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미국 배우 ‘엠마 왓슨’이 좋아하는 한국영화라고 뽑아 재조명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을 것 같다. 과연 영어번역으로 영화의 제목, 욕설과 사투리가 난무하는 내용, 그리고 영화의 한국적 분위기가 잘 전달됐을까?‘엠마 왓슨’은 과연 영화가 시사했던 바를 온전히 받아들인 걸까?
한국어의 번역 문제는 비단 영화에서만 제기되는 게 아니다. 번역이란, 문자 자체의 번역을 넘어 원저자의 문화와 사상, 영혼을 바탕에 두고 이뤄져야 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은 채 이뤄지는 문자만의 번역은 독자로 하여금 감동이 아닌 지루한 감정을 가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시’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고은 시인이 왜 번번이 노벨 문학상 수상을 놓쳤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영어로 번역된 고은 시인의 시를 보라.
위의 두 시가 같은 느낌을 주는가? 물론, 시는 읽는 사람의 감정이 이입되는 문학이기에 단순히 이렇고, 저렇다고 느낌을 정할 수 없다. 그러나 풍부한 표현력을 느끼게 해주는 한글에 비해 영어번역은 단순해 시가 아닌 짧은 글로 느껴진다는 반응이 다수다. 문자만의 번역은 문제되지 않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구글 번역기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생소하거나 복잡한 한글단어들과 같은 영어단어가 아직 정해져 있지 않아 발음 그대로 번역되고는 한다.‘샛노랗다→Saetnoratda’,‘검붉다→Geombulda’등이 그 예시이다. 그러나 이를‘샛노랗다→very brightly yellow’, ‘검붉다→black plus red’라고 단순히 번역한다면 전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서로 다른 의도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한글을 영어로 번역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라 할 것이다.
특히, 왜 한국문학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한글은 단어마다 고유의 뜻이 있고 그 안에 무한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 독자는 주로 자신의 감정으로 단어를, 문장을, 내용을 이해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다채로운 문학이라는 장점을 가진다. 하나, 마치 양날의 검처럼 그런 이유로 발생하는 번역의 한계 때문에 많은 작품이 국제무대에서 주목받지 못해 무척 아쉽다.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주목받은 이후, 신경숙의 소설『엄마를 부탁해』라는 작품이 해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작품은 한국 문학이 국제무대로의 진출에 성공적인 출발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이후 세계는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데, 번역 문제로 인하여 멋진 작품들이 알려지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처럼, 해외시장에서 한국 문학이 큰 호응을 받기 위해서는 번역이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므로 문자만의 번역이 아닌 한국 특유의 단어 등을 고려한 번역이 가능하도록 번역가들을 양성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작품들도 해외 시장으로의 성공적 진출을 꾀해볼 수 있고, 올바른 한글 번역이 해외 진출의 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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