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보내는 편지
너에게 보내는 편지
  • 영대신문
  • 승인 2013.09.2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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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사람: 전세훈(정치외교1)
To. 가깝고도 먼 내 쌍둥이 동생‘세영이’
안녕? 내 동생. 먼저 내가 지금 이 편지를 너에게 쓰는 이유가 무척 궁금할 것 같다. 우리 서로 보면 말도 잘 안 하잖아. 그래서 이‘편지 한 장’을 통해서라도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신청을 했어. 이런 거 싫어할 텐데 그래도 너에게 쓴 거니까 영대신문 발간되면 보여줄게.
내 사랑스러운 이란성, 비록 성별은 다르더라도 같은 날에 태어난 세영아. 우리 서로 다른 게 있잖아. 난 몸으로 하는 활동을 좋아하고 넌 머리로 하는 활동을 좋아하는 게 참 신기했어. 니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때부터 좋은 성적을 받으면서 어머니께 칭찬받았을 때 내가 얼마나 많이 부러워하고 질투도 했는데… 넌 모르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짓궂게 괴롭힌 것도 그것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데 영아, 니가 선천적으로 몸이 아프기 때문에 내가 몇 분이나마 먼저 태어난 걸 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 그리고 내가 남자로 태어난 걸 감사하고… 몸으로 하는 일은 내가 널 대신해서 다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참 다행인 것 같아. 무엇을 대신해 줄 수 있다는 게. 어머니도 그렇지만 내가 항상 바라는 것은 니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 대학생이 됐다고 하더라도 술 많이 마시지 말고, 너무 열심히 공부하지 말고. 몸 아프면 아무것도 안되니까. 알겠지?
매번 툴툴거려도 내 말 잘 들어줘서 고마워, 그러니까 힘들 때도 더 챙겨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고맙다 영아. 이런 너에게 내가 상처를 많이 준 것 같아. 늦은 사춘기, 고등학교 2학년 때 공부는 하기 싫고 매일 야간자율학습을 피해 도망간 뒤, PC방과 노래방을 전전하고 집에 늦게 들어와서 입시준비생인 너에게 피해를 많이 준 것 같아. 그때 나 때문에 성적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 미안해. 그 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집안 사정이 더 안 좋아졌잖아. 또 집에 들어가지 않고 늦게까지 놀았던 날 영이 니가 나를 찾으러 왔을 때 정신이 들더라구.‘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하면서. 그때를 생각하면 미안해서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 정말 미안하다. 앞으로는 그런 일 없을 거야!
내 동생 세영아, 개강해서 혼자 상경하니까 많이 외롭고 힘들지? 어머니도 항상 걱정하셔. 요즘 세상이 너무 흉흉하니까. 그래도 의지력 강한 내 동생은 잘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아끼는 우리 전세영. 앞으로도 공부 열심히 하고, 열심히 살자! 사랑한다.
From. 오빠가
받는 사람: 전세영(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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