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U-캠퍼스 역기능은?
[교수칼럼]U-캠퍼스 역기능은?
  • 편집국
  • 승인 2007.04.12 14: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강이다. 방학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학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중앙도서관 1층 복도에 설치된 유비쿼터스 캠퍼스 체험관이다. 그 내부를 둘러보니 금년 2학기부터 새롭게 변화하게 될 영남대학교의 모습을 홍보하고 있다. 학생과 교직원의 기존 신분증을 스마트카드로 대체하여 강의실 출석, 차량 주차, 건물 출입, 컴퓨터 사용, 도서관 좌석 선택, 자판기 이용, 식권 구입 등에 사용하는 것이 유비쿼터스 캠퍼스의 주된 내용이다. 예컨대 학생의 출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교수가 직접 점검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학생이 소지한 카드와 판독기 사이의 통신에 의해서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컴퓨터 로그인, 자판기에서 음료수 구매, 강의실 소등과 같이 교내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의 상당 부분이 수작업 없이 이루어진다.
 오늘날 유비쿼터스화를 추동하는 핵심은 무선 주파수 기술인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이다. 이것은 대규모 유통회사인 월마트에서 제품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관리 시스템으로 도입되었다. 하청 업체로부터 들어오는 상품에 추적장치를 부착하여 재고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수입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매장의 도우미, 계산원과 같이 비전문직 노동자의 업무가 불필요하게 되면 인건비 절감의 효과가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물류 부문에서 시작된 RFID가 유비쿼터스화를 앞당기면서 한국 사회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유비쿼터스는 제록스사의 마크 와이저가 제안한 개념으로 인간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컴퓨터 테크놀로지를 내재한 디지털 시스템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지닌 유비쿼터스는 한국에서 디지털 정보화를 의미하는 참여정부의 정책 슬로건이 되었다. U-코리아, U-경북, U-영남대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조직이 앞을 다투며 유비쿼터스화를 내세우고 있다. 중앙 및 지역 정부 차원에서 유비쿼터스화를 주창하는 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RFID를 구성하는 추적장치, 판독기, 네트워크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여 국가 및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준다. 또한 유비쿼터스를 통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일상화를 강조하면서 포화 상태에 있는 유선 인터넷과 휴대폰 시장의 새로운 수요 조성에 기여한다. 이것은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정보통신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 여겨진다. 추정컨대 영남대가 유비쿼터스 캠퍼스를 추진하는 이유는 지역에 위치한 본교가 첨단 캠퍼스를 조성함으로써 신입생 유치와 재학생의 이탈을 방지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화를 위한 장비 설치 및 시설 개보수는 짧은 시간에 큰 홍보 효과를 획득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학교 당국이 유비쿼터스 캠퍼스의 구축에 따른 역기능에 대해서 충분한 사색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무인 자동화된 시스템에서 식당 점원과 관리인의 역할은 축소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기술이 그들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기능직뿐만 아니라 학생, 직원, 교수에게도 시간과 방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나타날 여지가 있다. 학생이 학교에서 이용하는 웹사이트, 선호 좌석, 구매 물품, 출석 현황 등과 같은 정보는 하나의 파일로 만들어져 유비쿼터스 시대의 생활기록부가 된다. 그런데 이번 리니지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보안에 문제가 생긴다면 개인정보는 상업적으로 악용되어 인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보안 전문가인 안철수 씨도 주민번호를 도용당한 것이 한국의 현실임을 상기하자. 사무자동화와 함께 행정직의 전문성은 점차 사라질 것이며, 강의실 관리 시스템은 교권을 부분적으로 무력화시킬 것이다.
 유비쿼터스 캠퍼스의 팡파르 앞에 어두운 미래의 모습을 언급하는 의도는 간단하다. 정보기술이 감시와 통제를 위해서 더 많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대학 구성원들은 한편으로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 직원, 교수가 자유롭게 학교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면 영남대의 미래가 어떻게 밝아질 수 있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