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쌓으려고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들
스펙 쌓으려고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들
  • 정은송
  • 승인 2013.09.25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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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만 느껴졌던 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운 학기가 다가옴에 따라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은‘수강신청’이 다가오고 있다.
수강신청제도란 수강신청기간에 학교홈페이지에 접속해 듣고 싶은 과목을 선착순으로 선택하게 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매 학기 3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뤄지고 있고, 단 몇 초만에 한 학기에 들어야 하는 수업이 결정되다보니 수강신청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매년 터져 나오고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매년 나오는 불만에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강신청기간이지난 후에는 자유게시판 등을 통하여 불법 수강 매매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고, 자동반복 프로그램인 매크로(현재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를 사용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학교에서 내놓은 대안은 예비 수강신청인‘수강 꾸러미’이다. 예비 수강신청을 통하여 미리 신청한 과목에 한해 따로 수강신청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으로, 수강신청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단대 자체의 학생 수가 많거나 복수 전공을 하는 학생이 많은 상경대학의 경우, 대부분의 과목이 수강 가능 인원을 넘어버려‘수강 꾸러미’제도의 의미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선착순’으로 수강 과목을 선택하는 현재 시스템을 계속 유지한다면, 불만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생길 수밖에 없다. 학교가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은 채 전산시스템만을 고수한다면 수강신청에 대한 불만은 계속 생기기 마련이다. 수강신청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 주요 과목의 공급에 비해 학생들의 수요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줄이면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데, 학생들의 수요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공급을 늘리는 것이 실질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수요를 파악해 최소한의 공급은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모든 학생을 만족시키는 수강신청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학교가 보장해야 할 수업 균형의 문제를 학생과 전산의 문제로 전가시켜 버리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수강신청 당일, 학생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모니터를 응시하며 마우스를 잡고 있는 모습을 이제는 학교에서해결해줬으면 한다. 단 몇 초만에 한 학기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촉구해본다. 더 나아가 그저 인기 강의에 학생이 몰리는 현상을 기현상이라고 손 놓고 바라보지 말고 왜 그 강의가 인기강의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학교 측과 교수들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2일 한국고용정보원에 의하면 전체 취업자 중 청년층 비율이 올해 상반기 최저치(15.2%, 52만 명가량)를 기록했다. 작년 대비 전체 취업자 수도 10만 명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취업자 중 청년층의 비율마저 줄어들었다는 것을 보면 청년실업문제가 어느 때보다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대학생들은 그 비좁은 취업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스펙 4종’을 준비한다‘. 학점, 어학, 자격증, 인턴경험’이 바로 그것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를 따르면 매출액 상위 10개 기업 신입사원의 평균 스펙은 학점 3.7점, 토익(어학) 852점, 자격증 1.8개, 인턴경험 평균 1.1회이다. 이 외의 스펙으로 어학연수 1회, 봉사활동 0.9회까지 추가되면 대학생의 4년은 모자라 보일 정도다. 그래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을 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정규 학기(8학기)를 마치고도 졸업을 꺼리며 졸업유예를 하는 학생들도 생겨났다. 기업에서는 졸업한 학생보다 재학생 신분인 지원자를 더 선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바로 학교를 졸업하기보다는 학생 신분을 유지하려고 한다. 혹은 종전에 좋지 않았던 자신의 성적을 세탁하기 위해 5학년 시간표를 재이수로 채우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기업에서 요구하는 스펙은 어느 수준을 이상이면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80개의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입 직원 채용 시‘다양한 스펙’은 고작 1.1%만 중요한 평가항목이라고 응답했다. 차라리‘도전 정신·열정(46.1%)’이나‘끈기·성실성(38.4%)’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고 관련 자격증이 가장 큰 비중(63.3%)을 차지했다. 그런데 취업 준비생들은 그래도 더 높은 토익 점수를 위해, 더 많은 스펙을 얻기 위해 졸업을 유예하고 도서관에서 전전긍긍한다. 오히려 실무 경험을 쌓거나 목적을 가지고 스스로 여행을 다녀오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실제로 대학교 4학년 친구들이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을 때, 자신은 대단할 것 없는 스펙과 자기소개서에서 막혀 무작정 아일랜드로 1년간 떠났다가 대기업 취직에 성공한 사례도 있으니 말이다. 그는 외국에 갔던 경험이 소중한 경험이 됐고 자신을 보는 눈을 기르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가장 많이 준비하는 더 높은 토익 점수가 그렇게 중요할까. 토익 만점자라고 기대하고 영어로 인터뷰하려 했더니 극구 거부했다는 일례를 보면 그 사람 외에도 실제 점수보다 영어 실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현재 토익의 비중은 예전부터 낮아지고 있고 현재는 오픽이나 토익 스피킹이 대세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실제 영어실력을 측정하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회사가 요구하는 스펙까지는 자신이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스펙을 쌓으려 휴학한 학생이나 졸업 유예자보다는 오히려 정상적으로 졸업한 졸업생을 더 좋게 평가하는 대기업이 대부분(85.6%)이다. 그만큼 대학생들은 더 높은 점수를 위해, 더 많은 자격증을 위해 휴학을 하거나 졸업을 유예하기보다는 자신의 도전정신을 보이고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경험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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