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선착순, 수업마저 선착순?
인생도 선착순, 수업마저 선착순?
  • 정동수
  • 승인 2013.09.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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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만 느껴졌던 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운 학기가 다가옴에 따라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은‘수강신청’이 다가오고 있다.
수강신청제도란 수강신청기간에 학교홈페이지에 접속해 듣고 싶은 과목을 선착순으로 선택하게 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매 학기 3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뤄지고있고, 단 몇 초만에 한 학기에 들어야 하는 수업이 결정되다보니 수강신청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매년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매년 나오는 불만에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강신청기간이 지난 후에는 자유게시판 등을 통하여 불법 수강 매매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고, 자동반복 프로그램인 매크로(현재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를 사용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학교에서 내놓은 대안은 예비 수강신청인‘수강 꾸러미’이다. 예비 수강신청을 통하여 미리 신청한 과목에 한해 따로 수강신청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으로, 수강신청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단대 자체의 학생 수가 많거나 복수 전공을 하는 학생이 많은 상경대학의 경우, 대부분의 과목이 수강 가능 인원을 넘어버려‘수강 꾸러미’제도의 의미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선착순’으로 수강 과목을 선택하는 현재 시스템을 계속 유지한다면, 불만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생길 수밖에 없다. 학교가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은 채 전산시스템만을 고수한다면 수강신청에 대한 불만은 계속 생기기 마련이다.
수강신청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 주요 과목의 공급에 비해 학생들의 수요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줄이면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데, 학생들의 수요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공급을 늘리는 것이 실질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수요를 파악해 최소한의 공급은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모든 학생을 만족시키는 수강신청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가 보장해야 할 수업 균형의 문제를 학생과 전산의 문제로 전가시켜 버리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수강신청 당일, 학생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모니터를 응시하며 마우스를 잡고있는 모습을 이제는 학교에서 해결해줬으면 한다. 단 몇 초만에 한 학기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촉구해본다. 더 나아가 그저 인기 강의에 학생이 몰리는 현상을 기현상이라고 손 놓고 바라보지 말고 왜 그 강의가 인기 강의가 될 수밖에 없는지 학교 측과 교수들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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