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에 대한“우리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저작권에 대한“우리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 김찬우
  • 승인 2013.09.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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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되면 교내외 복사집은 항상 붐빈다. 학생들이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제본하거나 복사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사집에는 함부로 책을 제본할 수 없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 저자들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학생들이나 업주나 이 문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필요한 책을 제본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책을 제본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책이 너무 비싸서 구입하기 힘들거나 절판되어 더 이상 판매하지 않을 경우도 있다. 또한 수업에만 사용할 것이라서 소장할 필요가 없어 일수도 있다. 어찌됐든 이러한 행위는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이다. 그렇다면 많은 학생들이 범죄자인 것이다.
교재를 무단 복사하는 것보다 더 빈번하게 지식재산권의 침해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불법 다운로드이다. 이는 음원이나 영상물을 무단으로 다운로드 받아 이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2013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내 토렌트(Torrent, 개인간 파일 공유 프로그램)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성인 10명 중 1명이 불법으로 영화나 게임 등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불법 토렌트로 인해 발생한 저작권 침해비용이 8천667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8%를 차지하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재를 무단으로 복사하는 것이나 인터넷을 통해 음원이나 영상물을 공유하는 것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임을 밝혔다. 그렇다면 성인 10명 중 1명이 범죄자이고, 정당하게 교재를 구입하지 않고 제본한 학생들도 모두 범죄자이다. 고의든 아니든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여 범법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에서 이러한 범죄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계속해서 교재는 제본하지 말고 구입하고,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말자라고 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곳이 있다. 최근 스위스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단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스위스 정부가 조사한 결과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발생한 잉여금은 다른 형태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이용되기 때문에 꼭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손실이라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불법 다운로드로 발생하는 비용은 새로운 기술이 생길 때마다 이뤄지는 것으로 기술 진보의 지불 비용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수익 구조 변경을 요구했다. 즉 기존 시장의 구조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스웨덴에서 먼저 창당하였고, 독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하고 있는 해적당이 바로 그것이다. 해적당은 2006년도에 창당해 2011년 베를린 시의회 선거에서 8.9%의 지지를 받으면서 의회에 입성했다. 해적당은 주로 지식재산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유화된 지식의 독점은 사회를 발전시키지 못하므로 저작권의 개혁을 주장했다. 예를 들어 음원의 판매의 경우 제작자가 일정한 판매금액을 공개하고 기부를 받아 그 금액이 채워지면 해당 음원은 공개해 자유롭게 공유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해적당은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자료에 대한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기존 자본주의의 시장구조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의 판례나 해적당의 출현은 지식재산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저자에겐 열심히 교재를 저술해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심혈을 기울여 곡을 쓰고 노래를 불러 만든 음원 역시 그들의 노동에 대한 보상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지식재산권은 사회에서 발명이나 창작을 통한 대가를 보호해주기 위해 만든 사회적 합의이다. 현재 자본주의 구조에서는 지식재산권의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앞으로는 사회적 합의에 대한 재논의도 필요하다. 한국 사회에서 성인의 10분의 1이 범죄자가 되고, 위법 행위인줄 알면서도 수업 교재를 제본하는 대학생들의 현실은 디지털 시대에 사유재와 공공재에 대한 논의를 가져오게 한다. 우리 역시 이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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