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 떨어뜨리는 부끄러운 1위는 이제 그만하라
국격 떨어뜨리는 부끄러운 1위는 이제 그만하라
  • 정은송 문화부장
  • 승인 2013.06.02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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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윤창중 스캔들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대변하는 사람이 공인으로서 바르지 못한 처신으로 국격을 떨어뜨려 놨다. 플라톤의‘진리와 선을 아는 소수의 정치’인 철인정치(哲人政治)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이건 해도 너무했다.
윤 대변인(56)이 여성 인턴 A 씨(23)의 허리를‘툭툭 쳤든(touched)’엉덩이를 ‘움켜쥐었든(grabbed)’지, 그가 속옷차림이었든 완전한 나체 상태였든 상관없다. 그동안 힘들게 끌어올려 놓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에 먹칠했다는 것에는 변함없다. 사건 발생일인 8일이 지난 지 벌써 2주가 지났는데도 그는 처벌을 받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아직도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힐만한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윤창중 스캔들은 대기업 포스코 상무가 승무원에게‘라면이 덜 익었다’며 욕설을 하고 폭행한 사건과 함께 신분이나 지위를 가지게 돼 완장(腕章) 심리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생겼다, 혹은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인‘갑의 횡포’라는 용어 등으로 사람들은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윤창중 사태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신뢰도와 정책지지율은 현저하게 떨어졌고 이미 해외에서는 국가적 망신인 윤창중 패러디물이 넘쳐나고 있다.
한국의 부끄러운 이미지가 하나 더 추가된 것 같다. 먼저 OECD 국가 중 최고 자살률인 우울한‘자살 공화국’과‘월화수목금금금’, 주말도 없이 밤낮으로 일하는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인상, 주입식 교육으로 학생들의 스트레스 지수도 엄청나고, 외모지상주의가 심한 성형왕국이라는 이미지에서 한 개가 더 생겨버렸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 자기 권력을 믿고 젊은 인턴 엉덩이나 만지는 변태들도 있는 나라로 말이다.
윤창중 사태를 보면서 고등학교 때 윤리수업 시간이 생각이 났다. 평소 필자는 우리나라에 대한 굉장한 자부심이 있었다. 과거에는 정말 핍박도 많이 받았고, 보릿고개로 밥 먹는 것보다 굶는 것이 자연스러웠다지만 지금의 한국은 다른 나라에 원조까지 해주는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굉장히 멋진 나라라고 생각하며‘우리나라에 태어나서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윤리 수업시간에 자본주의에 대한 종류를 배우면서 너무나도 부끄러웠고 치욕스러운 감정까지 느꼈다.“천민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예는 부끄럽지만 한국이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모국에 대한 자부심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너무 부끄러워 눈물까지 나오려고 했지만 괜히 가식적인 애국자로 보일까봐 혼자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난다.
한국은‘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한국의 물질적인 성장은 뛰어났지만 그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은 그만큼 따라주지 못했다. 현재는 여성들도 고위관직을 차지한다지만 여전히‘어디 여자가…’로 시작하는 레퍼토리와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성적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노인, 이주민 등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들에게는 아직 불편하기만 하다.
외국인이 봤을 때 한 나라의 대표자를 대변하는 공직자의 행동을 봐도 이렇게 고개를 못 들 만큼 부끄러웠다면 그 나라 전체적 수준과 국민의식은 어떻게 보일까. 외국에서는 개개인이 모두 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행동을 바로 했어야 했고, 술을 마셔 이성적인 판단을 못했거나 어쨌든 잘못된 일을 저질렀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하고, 죄송하다고 사과를 해야 한다.
하지만 윤 대변인의‘미국 문화를 잘 알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며 문화차이로 해명한 것은 일을 더 크게 만들 뿐이다. 한국에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아저씨가 제대로 옷을 갖춰 입지 않은 채(또는 알몸으로) 20대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거나 툭툭치는 행위는 어디서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잘못을 했으면 응당한 처벌을 받았어야 했지, 도망치듯 한국으로 귀국하는 것도 오해와 화만 불러 일으켰을 뿐이다.
일부는 윤창중 스캔들이 원래 한국에 그런 남자 상사가 자신의 권력으로 여자 직원을 성추행해도 묵인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그가‘재수 없게 걸렸다’고 말하기도 한다. 만약 그런 관행이 그저 묵인됐다면 이번 사건으로 최근에 많은 회사의 회식문화가 건전한 방향으로 많이 개선됐다고 하니 그 점에서는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한 국가적 이미지 손상과 피해는 이루 말로 할 수가 없다.
좋은 국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도 많이 들고 굉장히 어렵지만 이미지가 떨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일을 은폐하려고 하면 더 커진다는 것과 잘못을 했을 때 즉각적인 사과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앞으로는 제대로 된 사람을 적절한 곳에 배치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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