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남침전쟁’으로 명칭변경과 안보의식
‘6·25남침전쟁’으로 명칭변경과 안보의식
  • 군사학과 황보식 교수
  • 승인 2013.06.02 1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25전쟁, 한국전쟁, 6·25남침전쟁’등 명칭에 대해 그동안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지만 아직도 통일되지 않고 뒤섞여 사용하고 있다. 전쟁의 명칭은 최초 6·25사변(事變), 6·25동란(動亂), 한국전쟁, 조선전쟁 등으로 사용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6·25남침전쟁으로 정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서양에서 들어온 한국전쟁이라는 용어가 학계와 출판계에서 널리 사용되면서 6·25남침전쟁과 팽팽하게 맞서게 되었다.
한국전쟁이란 용어는 제3국의 입장에서 사용되는 미국식 용어로 여기에는 고대전쟁도 포함되기 때문에 국사 교과서 등 공식화 된 수록에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자기나라에서 발생한 전쟁을 이렇게 부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서구 학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로서 서구에 유학한 정치학자들과 좌파 진영의 학자들이 선호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에 와서 6·25남침전쟁을 누가, 왜 일으켰는가라는 책임을 추궁하는데 몰두할 필요는 없다. 동서냉전의 초기단계였던 1950년, 당시의 소련, 중국, 북한 지도자들의 합의로 한반도의 무력통일이 시도되었다는 것은 이미 역사학계에서 충분히 증명된 바 있다.
6.25남침전쟁원인을 북한의 남침으로 보는 전통주의 시각에서 소련 스탈린의 팽창정책에 대한 야심과 김일성의 한반도 적화야욕이라는 이미지에 맞서 수정주의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북진통일론과 관련하여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전쟁이란 용어를 사용할 경우 전쟁 발발 시기나 주체가 모호해지거나 전도될 우려가 충분히 높다는 것이다. 혹자는 한국전쟁은 한국이 일으킨 전쟁으로 오인하게 함으로써 김일성의 불법 기습남침의 죄악성이 무시되고 북침설과 연계시킬 수 있어 전쟁 원인과 성격을 더욱더 모호하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쟁이나 역사적 사건을 보면 그 명칭만으로도 당시의 상황을 충분히 전달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정립 상태가 아쉽기만 하다. 필자는 대학에서 전쟁사를 강의하면서 가끔씩 학생들에게 전쟁의 명칭에 대해 질문을 해본다. 아직도 확실한 명칭이 정립되지 않음을 여실히 느낀다. 임진왜란, 청일전쟁을 보더라도 언제 왜 일어났는지, 누가 전쟁을 일으켰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그러나 6·25남침전쟁이란 용어에는 전쟁이 시작된 날짜만 명시되어 있을 뿐이다. 다행히도 전쟁 발발 시점을 가리키는 객관적 명칭이기에 적어도 한반도 내에서는 6·25남침전쟁이라는 명칭을 사용함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휴전 직후에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변, 동란이라고 했다.  그 이후 6·25남침전쟁으로 칭하면서 전쟁 시기와 성격 및 진상을 명확히 했다.
1990년 초 국방부에서 6·25전쟁사를 발간하면서 한국전쟁사로 명명했다. 이후 한국전쟁사에 내포된 의미가 정치, 이념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자 2008년에 6·25전쟁사로 다시 수정 발간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 매체나 문헌, 행사, 기념관에서 전쟁명칭은 여전히 혼용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6·25남침전쟁을 북한에서는 남한을 공산화한다는 전쟁 목적에 들어맞는 민족해방전쟁으로 명하기도 하고, 외국에서는 전쟁이 일어난 지역을 뜻하는 한국전쟁(Korean War)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자주, 평화체제, 연방제, 우리민족끼리 등 용어 혼란전술로 그 실체적 진실을 은폐하고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북한의 대남 심리전 의도를 우리는 잘 이해해야 한다. 북한의 적화야욕은 과거와 전혀 다른 것이 없다. 21세기 새 시대를 역행하는 세습왕조체제, 강성대국, 선군정치 그리고 국제적 고립이란 불행한 조합으로 성격 지워진 북한체제는 유일한 구원의 길로 핵무기 개발에 전력투구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공산당 일당의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중국이나 베트남과도 성격이 다른 유일한 폐쇄사회가 되어버렸다. 핵을 무기로 한반도는 물론 세계를 위협함으로써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 국민에게 평화는 통일보다 앞서는 가치다. 그러나 평화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희생이란 대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일찍이 영국 전략가 리델하트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고 했다. 안보가 없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는 준엄한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더 이상 북한의 술수에 휘말리지 말고 치욕의 역사 교훈을 상기해 천하가 아무리 평안하다고 해서 전쟁을 잊어버리면 위태롭다(天下雖安 忘戰必危)라는 사마양저(司馬穰菹)의 경구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