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참교육은 소가죽 씌우기가 아니다
대학의 참교육은 소가죽 씌우기가 아니다
  • 정은송 문화부장
  • 승인 2013.05.28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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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3학년이 되고 졸업을 앞둔 한 학생은 학교에서 포트폴리오를 제출할 것을 요구받는다.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을 하던 학생은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자신이 만든 광고와 일러스트, 포스터들을 몇 개씩 넣는다.
이제 포트폴리오를 어디에 담을까 생각을 하던 학생은“어떻게 더 멋있게 보일까?”하며 고민을 한다. 결국 16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이탈리아제 소가죽 케이스에 넣고 포트폴리오를 제출한다. 그렇게 제출한 포트폴리오로 학생은 아무런 피드백 없이 A+를 받는다. 그는 한동안 소가죽 포트폴리오를 자랑스러워하며 지낸다. 친구들도 그 점수를 부러워했고, 스스로 만족하며“이렇게 만들면 좋은 포트폴리오구나”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왜냐하면 A+를 받은 포트폴리오는 비판할 이유도 없었고, 비판하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자신을 평가하는 교수님들께서 인정하시니까, 다음부터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자신의 작품을 소가죽 케이스에 끼워 넣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확신이 무너진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그는 취업을 위해 디자인 회사에 면접을 보러갔다. 서류전형 통과 후 포트폴리오 면접이 있었던 날인데, 준비해간 포트폴리오를 면접관에게 건네고 프레젠테이션을 마치자 질문이 시작됐다.
처음에는‘작품의 콘셉트가 뭔가?’, ‘작업은 혼자 했느냐?’는 등 평범한 질문이었는데 마지막 질문은‘개인 작업은 없느냐’는 것이었다.‘모두 자신이 작업했다’고 하자, 그는 다시‘학교과제나 일 때문에 한 작업 말고 다른 거는 없느냐’는 질문을 받는다.‘있긴 한데 여기는 담지 않았다’고 하자‘그런 게 필요한 것이다’는 대답을 받았다고 한다. 이 질문을 통해 그는 또다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들지?’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다시 고뇌에 빠진다.‘내 디자인은 어디에 있지?’라고 말이다.
그는 졸업 후 2년간 포트폴리오 학원에서 일을 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실무도 익히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그래픽디자인 컨설팅 및 마케팅 회사의 대표자인 김홍지 씨의 이야기이다. 지금은 창조적이고 능력 있는 디자이너가 되셨고 기자도 매우 존경하는 분이다. 그런데 김홍지 씨의 일화는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대학교 4년 동안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우리는 대학교 4년간 한 해에 학비만 1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졸업할 수 있다. 그렇게 힘들게 졸업하고도 청년들은 취업난에 허덕인다. 만약 대학교에서 직장에서 필요한 기술과 정보, 이론만 배우려 왔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고 등록금 낭비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기술과 정보는 학원에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university)와 학원(academy)의 차이점은‘학원’에서는 단순한 기술을 배우기에는 적절하겠지만‘대학교’에서는 교수와의 소통을 할 수도 있고, 미리 사회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또한 대학교에서는 인성을 키울 수 있고,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에 도전할 수 있어 전공이 아닌 전혀 새로운 분야도 배울 수가 있다.
예전에는 지능 발달을 중요시 여겨 IQ(Intelligence Quotient, 지능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가 중요시되고, IQ가 높은 사람이 일처리도 잘 할 것이라고 기대해 좋은 평가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EQ(Emotional Quotient, 마음의 지능지수) 시대도 지나 NQ(Network Quotient, 공존지수) 시대이다. NQ는 인간관계를 얼마나 잘 유지하고 운영하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를 말한다. 또한 NQ가 높을수록 인간관계를 얼마나 잘 유지하고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즉, NQ가 높은 사람일수록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쉽고, 소통으로 얻은 것을 자원으로 삼아 더 성공하기 쉽다고 한다. 우리는 대학교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네트워크 지수를 올릴 수가 있다. 우리는 대학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를 지속해나갈지 배울 수 있다.
지난 2일 중앙일보는‘2013 대학생 고객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대학고객만족도지수(UCSI)’의 평가항목으로 학교의 비전·발전 가능성과 사회적 평판 등이 학생의 대학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력이 있었다. 우리 대학교는‘국제화’나‘교수연구’부문에서는 상당히 높은 순위를 차지했지만‘평판’이나‘사회진출’은 그 높은 지수에 비해 높지 않았다(중앙일보 교육개발연구소). 우리 대학교 학생들의 대학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 노력해서 인성과 지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대학의 교육은 소가죽 씌우기가 아니다.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면 기술이나 정보 습득만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다. 또한 대학은‘가르쳐주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 공부하는 곳’이다. 학생들은 앞으로 교수와 구성원, 학생간의 소통을 위해 힘쓰고 스스로‘미래를 만드는 대학’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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