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을 맞이해서
가정의 달을 맞이해서
  • 방상호(지역및복지행정2)
  • 승인 2013.05.2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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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월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세계 가정의 날…. 거리에는 어린이를 위한, 또는 부모님을 위한 선물을 사고파느라 바쁘고 TV에는 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를 반복적으로 상영한다. 언뜻 보기에 겉으로는 아주 행복하고 따뜻해 보이는 한 달이지만, 역설적이게도 5월은 한편으로 우리가 바쁜 일상에 지쳐 평소 얼마나 가족을 돌아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실 나로서도 이런 이야기를 쉽게 할 처지는 못 된다. 평소 공부 때문에, 또는 친구들과의 술 약속 때문에 늦게 귀가해 부모님의 얼굴을 뵙지도 못한 적이 여러 번이다. 부모님과 얼굴을 마주하고 속 깊은 말들을 나눈 적은 벌써 언제였던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평소 친구들이나 선배들과는 수없이 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그 누구보다도 내 입장에서 지혜롭게 말씀해 주실 부모님의 말씀은 왜 귀담아 듣지 않았던가.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고민이나 걱정이 있을 때 왜 항상 가까이 계셨던 부모님은 찾지 않았던 것인지.‘우리 아들 다 컸네’하시는 부모님 말씀을 자주 들어왔던 탓인지 정말 어떤 자만심이 나 자신과 부모님 사이에 두터운 벽을 쌓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에 고개가 숙여진다.
얼마 전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한 여자를 짝사랑 하는 남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갖다 바쳤지만 여자는 만족하지 못했다고 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어떻게 해야 자신을 좋아해 줄 것인지를 묻자, 그 여자는 남자에게 어머니의 심장을 가져오라고 했다. 고민하던 남자는 결국 어머니의 심장을 가지고 여자에게로 갔다. 한참을 달려가던 남자는‘아차’하는 순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게 됐다. 남자는 심장에 묻은 흙을 털며 그녀가 혹시 먼지투성이가 된 심장을 보고 실망이라도 하지 않을까 심장을 두 손에 꼭 쥐었다고 한다. 그 때 심장이 남자에게 말했다.“얘야, 어디 다치진 않았니?”
이 글을 읽고 한참을 생각했다. 과연 나는 내가 바쁠 때, 또는 나 자신의 일에 빠져 있을 때 부모님을 잠깐이라도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가. 부모님이 나를 걱정하고 계실 것이란 생각에 걱정을 한 적은 있었던가. 하지만 부모님도 그럴까. 당신의 일에 빠져 자식 생각을 단 1초라도 잊으셨을까. 아닐 것이다. 부모님은 항상 말씀하신다. 내가 지금 하는 고생은 다 너를 위해 하는 것이라고. 당시에는 듣기 싫고 왜 저런 말씀을 하는 것인가 싶지만 생각해보면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부모님은 어쩌면‘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자식’을 위해서 산다. 그것이 우리가‘집안의 기둥’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다.
요즘에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해야 부모님을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을 것인가. 물론 앞에서 말한 것처럼 부모님께 자주 연락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 지금 당장 나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들 자신은 지금,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우리 부모님의 삶까지 함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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