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와 캘빈 클라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싸이와 캘빈 클라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 정은송 문화부장
  • 승인 2013.05.26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기(禁忌)된 것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종교처럼 성(聖)스럽기 때문에 ‘감히’언급하지 못하는 것이 있고, 부정하거나 속되다고 여겨 공연히 논의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있다. 후자의 예로는 동성애나 선정적인‘성(性)적인 것’을 들 수 있다. 금기된 것은 누구나 쉽게 하지 못 하고 말하는 것조차 관용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그 대상을 더 매력적이게 만들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이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나체나 성적 표현의 금기에 도전을 했기 때문이다. 캘빈 클라인 브랜드에는 액세서리, 향수, 시계, 청바지 등이 있지만 속옷 시장을 보자. 사람들은 속옷을‘당연히’옷 안에 입는 것이라고 알고 겉에 드러나지 않게 했다. 이름부터‘안에 입는 옷’이다. 그런데 캘빈 클라인은 언더웨어를 세련되게 디자인하고‘속옷을 겉에 보이게 하는 패션’을 만들어 냈다. 속옷이 밖에 보이는 것이‘망측한 것’이 아니라‘세련되고 멋진 것’으로 바꾸고 캘빈 클라인이 현재 위상으로 오르기 위해서 금기를 깨는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 금기된 영역을 정면으로 충돌시켜 전 세계인이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다. 바로 베네통 광고이다. 베네통 광고는 인종문제, 종교문제, 분쟁문제, 에이즈문제 등 민감한 부분을 광고 소재로 가지고 왔다. 광고에는 신부(神父)와 수녀가 서로 연인인 듯 키스하는 사진, 불편한 관계에 있는 각국 지도자들의 키스하는 합성사진 등이 있었다. 사람들은 베네통 광고를 보고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특히 교황과 이집트의 이맘이 입맞춤하는 합성사진 광고를 보고 교황청은‘신성모독’이라며 강력한 항의를 했다. 당시 베네통은 가톨릭계의 큰 반발로 광고는 내렸지만 노이즈 마케팅은 성공했고, 충격적인 사진의 광고를 통해 베네통의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는 엄청나게 올릴 수 있었다.
서양에만 금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에는‘신체발부 수지부모’라고 해서 머리카락조차 자르지 않았다. 더욱이 몸에 칼을 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역대 왕들을 가장 괴롭혔던 것은 종기였다. 종기가 나면 환부를 칼로 째서 고름을 빼내고 나면 자연 치유될 정도로 현재는 가벼운 질병이지만 당시에는 하늘같은 왕의 옥체를 어떻게 감히 칼로 해할 수 있었겠는가. 조선 후기에는 고종과 명성황후의 원자가 항문이 막힌 병(쇄항증)을 가지고 태어났다. 귀한 왕손의 몸에 칼을 댈 수 없었기 때문에 일주일도 살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당시는 금기된 것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최근 이야기를 하자면 국민가수였던 싸이가‘강남 스타일’로 월드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금기를 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몸매가 좋고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만 가수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줬고 그는 실력으로 승부했다. 싸이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웃음코드를 잡아냈다. 그의 파격이 있었기에‘한국가수 최초 빌보드 차트 2위’라는 쾌거가 있었을 것이다. 오페라나 클래식만이 고귀하고 현대 대중가요는 그저 천박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오페라나 클래식도 대중가요였다. 사람들이 대중가요를 좋아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금기된 사랑인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들은 인기를 끈다. 이준익 감독의‘왕의 남자’도 1천51만 명의 관객들이 관람했고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인‘인생은 아름다워’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는‘동성결혼 합법화’의 논쟁 중에 있다. 종교계에서는 극단적인 반발이 있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몇몇의 나라에서는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여전히 동성애는 금기시 되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가부장제의 결과물인 호주제가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폐지된 것처럼, 최근 다시 논쟁이 되고 있는‘동성결혼 합법화’도 역시 나중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 되지는 않을까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