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 김지원(교육2)
  • 승인 2013.03.2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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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찬바람이 해 지듯 저물어가고 땅에서 따사로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지금 이 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겨울방학도 끝이 나고 봄과 함께 새 학기가 시작된다. 방학 전 세웠던 목표대로 꾸준히 생활하고 원하는 바를 짧게나마 이뤘던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작심삼일로 끝나 이래저래 방황하며 지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이래저래 지내다 보니 또 이렇게 새 학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초등학교부터 겪어왔던 방학이지만 마음처럼 알차게 지내왔던 방학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렸을 땐 방학을 맞이한답시고 큰 도화지에 원을 그려 몇 시부터 몇 시 까진 공부, 몇 시부터 몇 시 까진 엄마 설거지 도와드리기, 역시나 원을 가장 많이 차지한 것은 잠이었다. 이렇게 세웠던 방학계획표를 책상 앞에 붙여놓고는, 그것을 꼭 지켜야 겠다는 생각은 뒤로 한 채 방학 첫 날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늦잠으로 인해 하루 계획이 모두 뒤틀려 버린 것이다. 그러면 또 속으로‘아, 내일은 제대로 해야지!’하지만 오늘이 내일이 되고 내일이 그 다음으로 쭉쭉 이어지다 결국은 방학 마지막 날 미뤄뒀던 일기를 쓰고 엄마에게 혼났던 기억이 난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방학과는 달리 대학생들에게 방학은 학기 중 못 해봤던 것들을 할 수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특히 중·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에 오게 되면 방학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을뿐더러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도 존재하지 않는다(물론 취업준비를 한다면 달라지겠지만).
모든 것을 혼자 계획하고 혼자 실천해야 되는 셈이 된다. 계획을 세울 때만 하더라도 자신감과 뿌듯함이 넘쳐난다. 마치 이 모든 것을 계획대로 진행시켜 남들에게 보람찬 방학을 보냈다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그런 계획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 계획들이 현실에서는 또 다르게 나타난다. 내가 겪은 이번 겨울방학이 그런 식으로 흘러갔다. 나의 이번 겨울방학 계획은 방학 기간 잠깐 동안의 알바를 통해 3번 정도의 여행을 할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알바를 먼저 찾아야 할 것인데, 막상 알바를 찾아다니는 시간이 너무나도 길어진 것이다. 알바 면접을 수없이 다녀 보기도 하고 하루 이틀 일 하다가 사장님이 마음대로 자르기도 하고 별의 별 일들이 다 일어났다. 한 달이 지나 뒤돌아보니 내가 세웠던 계획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왔다. 그 순간 순간을 돌이켜보면, 나는 계획에만 초점을 두고 그대로 실천이 안 되면 불안해했었고 그 때 마다 계획에 대한 강박증이 생겨 버렸다.‘계획대로 안 되면 어떡하지, 빨리 해야 되는데…’.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뒤를 돌아보니 계획대로 생활하지 못 했음에도 그 속에서 나는 분명 얻은 것들이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음에는 크게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겨울방학계획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데 어찌 내 인생을 계획대로 살 수가 있겠는가! 계획에 맞춰 부단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길지 모를 변수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또한 중요한 것이라 믿는다. 계획을 이루지 못한 후회와 자책보다는 그 속에서 내가 또 얻은 것은 없는지, 그리고 다음에 그런 변수가 생겼을 땐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인생에도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리라 생각한다. 봄이여 오라, 우리는 너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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